문화일반

[살고 싶은 강원, 청년에서 답을 찾다]②‘핫플’ 찾아 ‘탈강원’ 택한 청년들

청년 76.1% 문화·여가 시설 부족으로 탈강원
문화·여가 시설의 ‘수도권 편중’ 청년 이탈 가속
고질적 인프라 부족 보완할 강원만의 대책 필요

◇ DALL-E로 제작한 이미지.


강릉에 거주하는 김하진(여·31)씨는 최근 뮤지컬을 보기 위해 서울을 찾았다. 집에서 강릉역까지 20분, 강릉역에서 서울역까지 2시간 10분이 걸렸다. 서울역에서 공연장까지는 또다시 30분이 걸렸다. 2시간 남짓의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김 씨는 이날 왕복 6시간을 이동해야 했다.

이처럼 강원특별자치도 내 열악한 문화·여가 인프라가 청년층의 일상과 정주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단지 일자리 부족이 아니라, ‘삶의 질’을 좌우하는 문화 접근권 부재가 청년 유출의 또다른 원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강원여성가족연구원이 강원 청년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강원도에 거주하고 싶지 않은 이유’ 1위는 ‘문화·여가 시설 부족’(76.1%)이었다. ‘일자리 부족’(68.5%)보다 높은 수치다. 실제로 도내 18개 시·군 전체에 등록된 공연장은 56곳, 미술관은 14곳에 불과했다. 이는 서울(공연장 445곳, 미술관 46곳)의 14.3% 수준에 그치는 수치다.

◇강원특별자치도여성가족연구원이 도내 청년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강원 청년 실태조사’. 응답자의 76.1%는 강원특별자치도에 거주하고 싶지 않은 이유로 ‘문화·여가 시설의 부족’을 꼽았다.

문화 향유 기회가 부족하다는 것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지역을 떠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고향 평창을 떠나 서울로 이주한 박준서(28) 씨는 “고향에서도 직장을 구할 수 있었지만, 여가생활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며 “운동을 즐기는데 서울에는 다양한 학원과 동호회가 있어 만족도가 훨씬 높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전국의 만 19세 청년(2006년생)을 대상으로 공연·전시 관람비 15만 원을 지원하는 ‘청년 문화예술패스’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강원도에 배정된 4,571명 중 1,051명(23%)은 신청하지 않아 지원금이 회수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미이용 현상이 단순한 무관심이 아니라, 지역 내 문화 접근성 자체의 부족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허목화 도여성가족연구원 연구위원은 “도내 문화재단을 중심으로 지역의 청년 문화예술인을 발굴하고, 이들을 통한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청년들의 문화·여가 접근성을 높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강원의 역사展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