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발언대]속초시 쌍천 지하수댐이 주는 의미

김진호 한국농어촌공사 강원지역본부 차장

◇김진호 한국농어촌공사 강원지역본부 차장

‘강원도 동해안 권역 가뭄대책과 지속가능한 물 확보방안’, 이 문구는 2018년 속초에서 개최된 세계 물의 날을 기념하는 포럼의 주제였다. 당시 속초시는 겨울 가뭄으로 한 달간 제한급수를 마친 직후여서, 시민과 관계자들의 관심이 특히 컸다. 이 자리에서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은 해안 유출 지하수의 적극적 활용을 제안하였는데, 구체적인 방법으로 제시된 것이 쌍천 제2지하수댐이었다. 지하수댐은 한국농어촌공사가 상습가뭄 문제 해결을 위해 1984년 경북 상주시에 국내 최초로 설치한 이후 1986년 포항시, 공주시, 정읍시에 모두 5개소를 설치하여 운영하던 농업용 시설물이었다. 2000년에 이르러서는 생활용으로 처음 속초시에 설치되어 용도와 상관없이 활용도가 높은 시설로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한국농어촌공사는 30여년간 축적된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쌍천의 기존 지하수댐에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약 63만톤을 추가 저수할 수 있는 제2지하수댐 계획을 제안하게 되었다. 이 같은 계획에 속초시는 사업 예산확보를 위해 강원도 그리고 정부부처와 수많은 논의를 거쳐 결국 제2지하수댐 공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설계를 포함한 공사의 진행은 지하수댐에 경험이 많은 한국농어촌공사 강원지역본부 지하수팀에서 맡았고 2021년 드디어 쌍천에 제2지하수댐이 건설되었다. 한국농어촌공사의 6번째 성과였다.

대규모 공사는 종종 주민들의 우려로 지연되기도 하지만, 쌍천의 경우 앞서 언급한 제1지하수댐이 건설되어 생활용 취수원으로 활용되고 있던 덕분에 시민들이 지하수댐의 장점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이러한 긍정적인 인식은 공사 진행에 큰 도움이 되었다.

이처럼 속초시장을 비롯한 담당공무원들의 적극적인 노력, 중앙부처인 행정안전부의 예산지원, 전문기관의 기술, 그리고 시민들의 협조가 어우러져 속초시는 현재 영동지역의 극심한 가뭄 속에서도 안정적인 용수 공급을 이어갈 수 있게 된 것이다.

강릉시가 유래없는 극심한 가뭄으로 큰 고통을 받고 있다. 안정적인 대책을 마련할 시간도 없이 10%대인 오봉저수지 사수에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다. 이러한 가뭄 상황들은 최근 들어 빈도가 잦아지고 있으며 강릉뿐만 아니라 영동지역의 대부분 지자체들 역시 유사한 가뭄 경험들을 가지고 있다. 향후에 강릉과 같은 초유의 가뭄 사태를 맞이하는 유사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 기후변화가 우리에게 주는 현실이 되고 있다.

한편, 한국농어촌공사 연구원이 2021년에 발간한 『동해안 지역형 지하댐 모델 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속초시의 쌍천 뿐만 아니라 청초천, 고성군의 북천·자산천, 강릉시의 연곡천·남대천·사천천, 양양군의 남대천·물치천, 삼척시의 오십천·가곡천, 동해시의 전천 등도 지하수댐 설치 시 확보 가능한 수자원량이 풍부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기후변화라는 위기 앞에서 이제부터라도 강릉만의 문제가 아닌 동해안지역 전체 시군이 함께 고민하여 지자체별 미래 물수요에 따른 대책이 마련돼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고 본다. 관정개발 등 단기대책과 더불어 기존 저수지의 물 그릇을 키우는 방안, 식수 전용댐과 지하수댐을 통해 추가 수자원을 확보하는 등 중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하여 하루빨리 시행하는 것이 시급하다.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는 그녀의 소설 통해“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고, 소설을 쓰는 동안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작가의 심오한 질문과 답은 우리가 겪고 있는 다양한 문제에도 대입해 볼 만하다. 만약 영동지역의 물 부족 문제를 놓고 “과거의 속초가 현재의 강릉을 도울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한 속초시 쌍천지하수댐에서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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