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특집] DMZ를 문학의 무대로…‘2025 DMZ 문학축전’, 화천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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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5회 DMZ 문학상·문학캠프·백일장으로 평화의 언어 확산

◇지난해 백암산케이블카 전망대에서 열린 제4회 DMZ 문학상 시상식 모습. 강원일보 DB

비무장지대(DMZ)는 총성 대신한 침묵이 흐르는 선으로 이야기가 멈춘 땅이다. 그 고요한 공간 위에, 문장이 하나씩 놓인다. 평화를 기다리는 이 땅에, 시와 산문이 말을 건다. 10월, 화천군에서 열리는 ‘2025 DMZ 문학축전’은 그 ‘이야기의 시작’을 선포하는 자리이자 화천군이 ‘DMZ 문학수도’로 발돋움하는 상징적 이정표다. 창간 80주년을 맞은 강원일보와 화천군이 공동 주최하고, 통일부와 강원특별자치도,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 등이 후원하는 이번 축전은 ‘DMZ문학상’과 ‘DMZ문학캠프’, ‘DMZ백일장’으로 구성된다. 문학상은 올해로 5회를 맞았지만, 문학캠프와 백일장은 신설됐다. 세 프로그램은 각각 공모, 체험, 창작 현장의 기능을 맡으며, DMZ라는 공간을 하나의 ‘문학 생태계’로 확장하는 삼각축을 이루게 된다.

◇비목공원

◇분단의 기억을 문학으로… ‘제5회 DMZ문학상’

문학축전의 중심은 공모전으로 진행되는, ‘DMZ문학상’이다. 올해로 5회를 맞은 이 문학상은 그 자체로 DMZ라는 공간의 정서적 기록지였다. 매해 접수된 수백 편의 응모작은 단순한 창작의 결과물이 아니라, 한국인들이 분단과 평화, 공존을 어떻게 언어화하고 있는지에 대한 일종의 사회적 아카이브(archive)였다. 이번 공모의 주제도 분명하다. 평화, 통일, 6·25전쟁, 남북교류라는 거시적 화두부터, 평화의댐, 파로호, 백암산 케이블카, 화천댐 등 화천이라는 장소의 구체성과 현실성까지 폭넓게 포괄한다. 주제를 통해 읽히는 것은 단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현재의 풍경이고, 미래의 가능성이다.

부문은 시, 시조, 동시 등으로 구성된 운문과 산문으로 나뉘며, 일반부·학생부·군장병부 세 영역으로 공모가 진행된다. 특히 올해 처음 신설된 군장병부는 매우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전방과 최전선에서 근무하는 이들에게 글을 쓸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은, 국가 안보를 ‘말하는 사람들’의 영역으로 되돌리는 일이며, 침묵의 역할로만 존재했던 이들의 감정과 인식을 사회적으로 드러내는 창구다. 응모 마감은 오는 3일(우체국 소인)까지이며, 운문은 5편 이상, 산문은 일반부와 군장병부는 200자 원고지 15매 내외, 학생부는 초등학생 6매, 중·고등학생은 10매 내외로 작성해야 한다. 응모 작품은 우편(춘천시 중앙로23 강원일보사 편집국 DMZ문학상 담당) 또는 직접 접수처에 제출하면 된다.심사를 통해 대상 수상자에게는 통일부장관상상금 500만원이 수여되며, 총상금은 2,680만원 규모에 이른다.

◇칠성전망당

◇감각으로 쓰는 문장… ‘DMZ문학캠프’

‘DMZ문학캠프’는 책상 위의 문학을 넘어서는 체험형 프로그램이다. 중·고등학생, 대학생, 일반인까지 아우르는 이 캠프는 오는 18일부터 19일까지, 화천군 일원에서 1박 2일간의 일정으로 진행된다. 캠프 참가자들은 평화의댐을 따라 걸으며, DMZ의 생태와 역사를 직접 보고 듣고 체험한다. 또한 백암산 케이블카에 올라 접경 지역의 풍경을 내려다보고, 작가 강연과 글쓰기 멘토링, 문학 낭독회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글로 풀어낼 기회를 갖는다.

이 캠프는 단순한 글쓰기 교육이 아니라, 경계에서 살아가는 감각을 온몸으로 경험하는 창작의 과정이다. 특히 DMZ에 대한 ‘지식’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DMZ를 감각하는 법을 익히는 시간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이틀간의 캠프를 통해 참가자들은 단순한 독자가 아니라, DMZ를 ‘자신의 언어로 번역할 수 있는 창작자’로 거듭난다. 이는 곧 문학이 단지 텍스트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과 세계에 대한 태도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기획이기도 하다.캠프 참가 신청은 DMZ문학축전 공식 홈페이지(dmzfesta.kr)에서 선착순으로 접수받는다. 모든 참가자는 다음 날 열리는 DMZ백일장에 자동 참가하게 된다.

◇백암산케이블카를 이용해 도착한 전망대에서 북 금강산댐을 보는 모습.

◇한 줄의 문장이 역사가 된다…‘DMZ백일장’

문학축전의 마지막 날, 10월 19일 오전 10시부터는 화천체육관에서 ‘DMZ백일장’이 열린다. 이는 그 자체로 DMZ의 감정을 ‘지금-여기’의 문장으로 옮기는 행사다. 참가자들은 현장에서 제시되는 주제에 따라 시 또는 산문을 작성하며, 평화와 통일, 전쟁과 공존이라는 주제를 스스로의 삶의 언어로 풀어내게 된다. 중·고등학생부터 대학생, 일반 시민까지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당일 현장 심사를 통해 대상 수상자에게는 통일부장관상상금 100만원이 주어진다. 이 백일장은 단순한 대회가 아니다.

DMZ라는 역사적 상징을 오늘의 감정으로 환원시키는 실천적 문학의 장이다. ‘쓰는 행위’ 자체가 분단을 넘는 일이며, ‘읽히는 문장’이 곧 공감의 시작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시간이다. 수상작은 문예작품집으로 엮여 축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공유된다. 이는 글이 단지 순간의 결과물이 아닌, 기록으로 남고 또 다른 상상력의 씨앗이 된다는 의미다. 참가접수는 DMZ문학축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서 할 수 있다

◇세계 평화의 종

DMZ문학축전, 경계를 잇는 문학의 실험

이번 DMZ문학축전은 단일한 행사라기보다는, 문학이라는 수단으로 한반도의 경계를 해석하고 재서술하려는 집단적 시도에 가깝다. 문학상이 개인의 서사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통로라면, 문학캠프는 감각의 확장이고, 백일장은 공감의 실천이다. 세 프로그램은 각각의 방향에서 다른 역할을 수행하지만, 그 궁극적 지향은 같다. DMZ라는 공간을 침묵과 금기의 땅이 아닌, 말과 언어로 재정의하는 장소로 되돌리는 것.

DMZ는 여전히 통제된 공간이지만, 문학은 언제나 허락받지 않은 언어로 그 선을 넘는다. 문학은 철책을 뚫지 않지만, 철책 너머를 상상하게 만든다. 바로 그 점에서 이 축전은 평화 담론의 문학적 실천이며, DMZ라는 상징 공간을 현실의 감각으로 환원시키는 길 위의 기록이 된다. DMZ 문학축전 관계자는 “DMZ문학축전은 강원도만의 문화행사를 넘어, 분단의 기억을 문학적으로 해석하고 기록하는 전국적 의미의 프로젝트”라며 “청소년, 문인, 시민 모두가 이 공간을 자신의 언어로 바라보게 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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