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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양평 공무원 변호인 "신문조서에 허위 내용 담겨…김건희특검팀 직권남용·가혹행위 등으로 고발할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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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양평 공무원 숨진날 유족에 유서 원본 아닌 촬영본 보여줘

◇13일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이 있는 서울 광화문 KT웨스트빌딩 앞 인도에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과 관련해 수사받다 숨진 채 발견된 양평군 공무원 A씨의 분향소가 마련돼 있다. 2025.10.13 사진=연합뉴스

속보=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조사를 받은 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경기 양평군청 소속 50대 사무관급(5급) 공무원 A씨의 변호인이 특검팀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씨가 사망 전날 선임한 박경호 변호사는 14일 오전 11시께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 앞에 설치된 A씨의 추모 분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박 변호사는 "특검팀에 A씨의 피의자 신문 조서에 대한 열람·복사를 신청했다"며 "조서를 검토한 후 위법한 수사를 한 수사관들을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가혹행위 등으로 고발할 계획"이라고 했다.

박 변호사는 A씨가 생전 자신에게 특검팀이 작성한 신문조서에 허위 내용이 담겼다고 구체적으로 털어놓았다고도 밝혔다.

양평군수로부터 "잘 봐줘, 잘 처리해달라"라는 전화가 온 게 맞느냐는 질문, 양평군수가 "시행사 서류가 오면 그대로 해주라"라고 지시한 게 맞느냐는 질문에 각각 "네"라고 답했다고 적혀 있지만 자신의 실제 답변이 아니라는 취지다.

A씨는 조사 당시 워낙 힘들어서 이 부분을 고쳐 달라고 말을 못 했다고 토로했다는 게 박 변호사의 설명이다.

박 변호사는 "결국 당시 양평군수였던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과 공모해 (김 여사 일가 회사에) 개발부담금을 부당하게 면제해줬다는 취지의 진술을 강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현재 공개된 자필 메모는 A씨가 변호인 조력 없이 혼자 쓴 게 맞는다며 필요하면 원본을 수사기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다만 이 메모를 입수한 구체적인 경위에 대해선 "변호사 수임에 관한 비밀 보장과 관련된 부분이라 이 자리에선 말하지 않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등에선 수사기관이 원하는 결론을 유도하려 강압·위법 수사를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특검팀은 A씨 사망을 계기로 지금까지의 수사 방식 전반을 재점검하고 진술 강요 등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었는지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13일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이 있는 서울 광화문 KT웨스트빌딩 앞 인도에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과 관련해 수사받다 숨진 채 발견된 양평군 공무원 A씨의 분향소가 마련돼 있다. 2025.10.13 사진=연합뉴스

한편, A씨 변사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고인의 사망 당일 유족에게 유서 원본이 아닌 촬영본을 보여준 데 대해 뒤늦게 유감을 표명했다.

경기남부경찰청 형사과는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A씨 사망 당일 현장에서 양평경찰서 경찰관이 유족에게 유서의 원본이 아닌 촬영본을 열람하게 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유서는 노트 21장 분량으로, A씨가 특검 조사를 마친 이달 2일부터 사망 전날인 9일까지 일기 형태로 쓴 것이다. 조사 과정에서 든 생각과 가족에게 전하는 말 등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A씨의 유족에게 고인의 필적이 맞는지 확인하도록 하기 위해 유서 촬영본을 보여줬다"며 "특별한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미흡한 점이 있었다. 원본을 열람케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족이 A씨 사망 직후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유서를 본 것이었기 때문에 13일 유서 원본을 열람하도록 하고, 유족 요청에 따라 사본도 제공했다"며 "비록 사후 조치였지만, 미흡한 점을 치유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A씨의 유서에 대한 필적 감정을 마치는 대로 유족에게 건네줄 방침이라고 했다.

경찰은 국민의힘이 공개한 A씨의 메모에 대한 수사 여부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유서만 가지고도 변사 사건에 대한 수사가 충분히 가능한 데다, 해당 메모가 사건과 연관성이 있는지 확인되지도 않아 수사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며 "메모는 사건 현장에서 나온 것이 아니고, (A씨가 직접 작성한 것인지) 진위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의 시신 부검에 관해서는 유족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족은 처음에 부검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경찰이 '사회적으로 이목이 쏠린 사건이고, 고인의 사인에 대해 한 점 의혹을 남기지 않게 조사해야 한다'고 말해 유족 동의를 받았다"며 "(유서의) 필적 감정 역시 동의를 받았으며, 현재 긴급감정을 의뢰한 상태로, 최대한 신속히 결과를 회신할 계획"이라고 했다.

아울러 "유족으로부터 휴대전화 포렌식에 대한 동의 또한 받아 포렌식에 돌입했다"며 "결과는 며칠 뒤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앞서 특검은 김 여사 관련 의혹 중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 수사를 위해 추석 연휴 하루 전인 지난 2일 A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이 의혹은 김 여사 모친인 최은순씨의 가족 회사 ESI&D가 2011∼2016년 양평 공흥지구에 아파트 개발사업을 하면서 개발부담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등 특혜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A씨는 2016년 양평군청에서 개발부담금 관련 업무를 맡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동료들은 연휴가 끝난 직후인 지난 10일 혼자 사는 A씨가 출근하지 않고 연락도 받지 않자 집으로 찾아갔다가 숨진 A씨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조사 결과 A씨는 지난 9일 오후 8시 32분 귀가했고, 이튿날 주검으로 발견됐다.

A씨가 귀가하고, 시신으로 발견될 때까지 집에 드나드는 사람은 없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A씨의 시신에 대한 부검을 진행했으며, 타살 등 범죄 혐의점이 없다는 1차 구두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최종 감정서가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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