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고수익을 미끼로 한 취업 사기에 속아 캄보디아로 갔다가 범죄조직에 납치·감금·살해 당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캄보디아 자금 세탁 중심지로 지목된 현지 가상자산 거래소와 국내 거래소 사이에 달러 스테이블코인 유출입이 지난해 폭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요 거래소들이 캄보디아 범죄 조직이 연루된 자금 세탁이나 불법 해외 송금 등의 통로로 악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국민의힘 이양수(속초-인제-고성-양양)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와 캄보디아 후이원 개런티 간의 코인 유출입 규모는 총 128억645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23년 922만원에서 1천400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2023년 입고(캄보디아→한국) 895만원, 출고(한국→캄보디아) 28만원에 그쳤으나, 지난해 입고 104억9천457만원, 출고 23억1천188만원으로 뛰었다.
빗썸은 2021년부터 올해 5월까지 북한 해킹 그룹과 캄보디아 범죄조직의 자금 세탁처인 후이원그룹과 145억922만원 규모의 코인을 거래한 것으로 확인됐다.
빗썸과 후이원 그룹 간의 거래는 공교롭게도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취업사기 후 감금을 당했다며 공관에 신고한 건수가 크게 늘어난 지난해부터 급증했다.
2021년과 2022년 전무했던 거래 건수와 액수는 2023년 4건, 922만원에서 2024년 3천397건, 124억원으로 폭발적으로 뛰었다. 올해도 5월까지 2천79회에 걸쳐 21억원 상당의 거래가 이뤄졌다.
빗썸과 후이원그룹을 오간 코인은 99.9%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였다. 스테이블코인은 가치가 안정적인 특성 때문에 범죄 조직의 자금세탁에 자주 사용된다.
또, 업비트는 2023년 전무했던 유출입이 지난해 3억6천691만원으로 크게 늘었고, 코인원은 2천500원에서 120만원으로 늘었지만 비교적 미미했다.
코빗에서는 지난해에만 1천187만원어치 코인이 입·출금됐고, 고팍스에서는 아예 송금이 이뤄지지 않았다.
후이원 그룹은 사기나 탈취로 확보한 가상자산을 세탁한 혐의로 미국과 영국 정부로부터 초국가적 범죄 조직으로 규정돼 제재받은 곳이다.
후이원 개런티는 이 그룹 계열의 가상자산 서비스 플랫폼으로, 고위험 자금 이동 경로로 의심받는 곳이다.
후이원 그룹은 합법적인 서비스를 내세우지만, 지하 세계에서는 온라인 사기에 필요한 각종 서비스를 사고파는 대형 온라인 플랫폼 '후이원보증'으로 유명하다.
이에 더해 KYC(고객신원확인)를 하지 않는 가상자산 거래소 '후이원크립토'를 운영하며 북한 해킹 조직 라자루스와 동남아 사기 조직의 범죄 수익을 세탁하는 곳으로도 악명 높다.
가상자산 추적·분석 전문기업인 클로인트에 따르면 인신매매와 감금 등 혐의로 미국과 영국의 제재 대상에 오른 캄보디아 프린스그룹 자금 일부도 후이원 그룹의 서비스를 통해 세탁됐다.
블록체인 분석 기업 체이널리시스는 "후이원 그룹은 자금 세탁의 중심지 역할을 하면서 불법 수익의 출처와 목적지를 은폐하는 데에 적극적으로 활용된 채널"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의 경우 가상자산 거래가 각 거래소의 재량에 맡겨져 있어, 빗썸과 후이원 그룹 간의 거래가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빗썸은 미국 재무부가 후이원 그룹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 기관'으로 지정한 다음날인 지난 5월 2일 오후 6시가 돼서야 후이원페이, 후이원보증과의 입출금 거래를 제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