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특별자치도의 공공의료 체계가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광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4일 강원도청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지적한 도내 5개 지방의료원의 재정난과 임금 체불 실태는 도 의료시스템의 취약한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강릉·삼척·속초·영월·원주의료원 중 4곳이 차입금에 의존해 운영 중이고, 임금조차 제때 지급되지 않고 있는 현실은 단순한 경영 실패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주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공공의료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경고 신호다.
특히 속초의료원은 올해 들어서만 20억원의 임금이 체불됐고, 강릉의료원 역시 2억5,000만 원에 달하는 수당과 수당성 급여가 미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 인력의 이탈과 사기 저하는 불가피하며, 이는 필연적으로 지역 의료서비스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진다. 공공의료기관이 존립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주민이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물론 지방 공공의료기관의 효율적 운영은 중요하다. 하지만 의료는 효율보다 공공성과 접근성이 우선돼야 할 영역이다. 특히 코로나19 위기 당시 최전선에서 버텨 온 지방의료원은 겉으로 드러나는 수익성으로 평가할 수 없다. 공공의료기관이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유지돼야 하는 이유는 이들이 ‘시장’이 아니라 ‘국민 건강’이라는 공익을 위한 기관이기 때문이다.
도는 지리적 특성과 인구 구조상 민간의료기관만으로는 의료 접근성을 담보할 수 없는 지역이다. 산간오지, 농어촌, 고령 인구 비중이 높은 강원지역에서 공공의료는 보완재가 아닌, 필수 기반이다. 공중보건의 감소, 의료 인력 수도권 집중 등으로 농어촌의료는 이미 붕괴 직전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지방의료원마저 무너진다면 도는 전국에서 가장 넓은 ‘의료 사각지대’로 전락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기적 자금 수혈이 아니라 구조적 개편이다. 강원자치도는 도 차원에서 지방의료원에 대한 재정 지원을 정례화하고, 인건비 보전 및 전문 인력 확보를 위한 예산을 안정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또한 공공의료기관의 역할 재정립을 통해 응급 진료기관이 아닌, 지역사회와 연계된 만성질환 관리, 노인·취약계층 중심 의료의 거점으로 육성해야 할 때다. 중앙정부 역시 책임을 외면해선 안 된다. 지방의료원의 재정난은 지방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의료 수가의 현실화, 국비 지원 확대, 공공의료기금 신설 등 중앙정부 차원의 제도적 뒷받침이 병행돼야만 지속 가능한 공공의료 체계가 가능하다. 공공의료를 방치한 결과는 팬데믹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치명적 대가로 돌아온다는 점을 우리는 뼈저리게 경험한 바 있다. 수익성과 효율성만을 따지는 행정적 접근으로는 공공의료의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강원자치도는 지금, 공공의료의 본질적 가치를 되새기고 전면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