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진화 현장에서 헬기 추락사고가 잇따르며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정부는 여전히 임차 헬기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단 한 푼도 지원하지 않고 있다. 올 3월 경북 의성, 4월 대구 북구에서 임차 헬기가 산불 진화 중 추락한 사고는 산불 대응 인프라의 취약성을 여실히 보여준 참사다. 강원특별자치도는 10월부터 산불조심기간에 들어갔고, 건조한 기후와 강풍이 계속되며 산불 위험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강원도를 비롯한 각 지자체가 고비용의 노후 헬기를 지방비로만 충당하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
올해 강원도와 도내 18개 시·군은 산불 진화 임차 헬기 운영에 82억원 가까운 예산을 투입했다. 이 비용은 도비와 시·군비로 전액 충당되며, 국비는 전무하다. 강원도는 재정자립도가 전국 최하위권으로, 전액 지방비 부담은 막대한 재정 압박으로 연결된다. 비용 절감을 위해 2~3개 시·군이 공동으로 헬기를 임차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지만 이는 지역별 긴급 대응 시간의 차이를 낳아 산불 골든타임을 놓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 큰 문제는 임차 헬기의 노후화다. 도내 8대 임차 헬기 중 5대가 기령 30년을 초과했고 평균 기령은 무려 37년이다. 최고령 헬기는 1973년 제작된 52년 된 기체로, 현대적 산불 진화 임무를 수행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노후 기체는 고장률이 높고 정비 주기도 짧아 실제 가동률이 떨어진다. 이로 인해 정작 산불 현장에 즉시 투입돼야 할 헬기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빈번하다. 이처럼 인력과 장비 모두 열악한 상태에서 지자체들은 한정된 헬기를 확보하기 위해 장기 임차 계약을 경쟁적으로 체결하고 있다. 이는 결국 계약 기간을 늘리는 만큼 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노후 헬기라도 잡기 위해 비용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게 한다. 산불 대응의 핵심인 ‘속도’와 ‘기동성’이 훼손되는 구조적 문제가 고스란히 현장에 전가되고 있는 셈이다. 산불은 더 이상 지역 차원의 사안이 아닌, 국가적 재난으로 접근해야 한다. 매년 수십 건의 산불이 강원도를 중심으로 반복되며 산림과 인명, 재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그럼에도 산불 진화 헬기 운영이 지방자치단체 ‘단독 사무’로 분류되어 국비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현 제도는 현실을 외면한 구시대적 행정 논리다. 정부는 ‘보조금 관리법 시행령’ 개정이나 예산지침 수정 등을 통해 기준 보조율을 신설하고, 국비와 지방비를 일정 비율로 매칭 지원하는 체계를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 강원도는 전국에서 산림 면적이 가장 넓고, 지형적으로 헬기 투입이 필수적인 곳으로 이 같은 지역적 특수성이 고려돼야 한다. 헬기 임차 예산의 국비 50% 이상 지원 제도화, 표준계약서를 기반으로 한 임차 기간과 조건의 상시화, 드론을 통한 선제 정찰 및 통합관제 시스템 운영 예산 확보 등이 뒤따르지 않으면 ‘산불 재난’을 피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