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1심 재판에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두 사람이 직접 대면한 것은 지난 2월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이후 9개월 만이다.
홍 전 차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수괴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공판에 출석해 증언에 나섰다.
이날 재판에서는 탄핵 심판 당시에도 논란이 됐던 ‘홍장원 메모’의 신빙성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홍 전 차장은 계엄 선포 당일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과 통화하며 자필로 초안을 작성한 1차 메모부터, 보좌관이 정서한 2차 메모, 다음날 기억을 토대로 작성된 3차 메모, 그리고 3차 메모에 홍 전 차장이 직접 가필한 4차 메모까지 총 4단계로 메모가 작성됐다고 설명했다. 1·2차 메모는 이미 폐기된 상태며, 이날 특검팀은 4차 메모를 증거로 제출했다.
공개된 4차 메모에는 이재명, 한동훈, 김어준, 조국, 김명수 전 대법원장, 정청래 의원 등 인사들과 딴지일보, 헌법재판관, 대법관, 선관위원장 등의 이름이 담겼다. 홍 전 차장은 지난해 12월 6일, 해당 메모를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수사기관 조사 과정에서 체포 인원이 16명이 아니라는 점을 표시하기 위해 일부 이름에 동그라미를 치고 삭선을 긋는 등의 추가 가필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윤 전 대통령 측은 “실제 증인이 작성한 부분은 적고 대부분 보좌관이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며 “진정성립을 따져봐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이는 메모의 작성자 진위를 놓고 법적 효력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재판부가 “초안을 지시하고 확인하며 빠진 내용을 가필했다면 결국 본인이 작성한 것으로 봐야 하지 않느냐”고 묻자, 윤 전 대통령은 “초고는 ‘지렁이 글씨’ 같은 아라비아식 필체로 대학생들이 티셔츠로 만들 정도였다”며 “이후 정서된 다른 메모들과는 전혀 다르다”고 신빙성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특검팀은 “보좌관이 초고를 대필한 것일 뿐, 증인이 내용을 확인하고 직접 가필까지 했기 때문에 실질적 작성자로 볼 수 있다”고 반박했다.
홍 전 차장은 당시 정황을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방송 직후 보안폰으로 전화해 ‘싹 다 잡아들여 이번에 정리하라’며 ‘대공수사권과 방첩사 지원’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어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대통령이 너희를 지원하라고 했다’고 전했다”며, 여 전 사령관이 당시 “국회를 경찰과 협조해 봉쇄했고 체포조가 나가 있다. 명단을 불러드리겠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방첩사에서는 명단에 있는 이들을 체포한 뒤 구금시설에 수용해 신문하고 1·2차 체포작전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홍 전 차장은 조태용 전 국정원장이 “체포 명단을 국정원 청사 안에서 받았다는 증언과 CCTV 영상이 맞지 않는다”고 반박한 데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CCTV가 GPS와 연동돼 정확하다고 했지만, 납품업체 확인 결과 시차가 있다고 했다”며 “공개된 영상은 편집돼 있어 편파적인 측면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오는 20일 홍 전 차장을 다시 불러 윤 전 대통령 측의 반대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윤 전 대통령은 앞서 증인으로 출석한 박태주 방첩사 정보보호단장에게 “계엄법상 선관위 출동 지시는 정당한 것이었느냐”고 질문했다. 박 단장이 “민간기관 출동은 위법하다고 생각했다”고 답하자, 윤 전 대통령은 “계엄 당국은 행정·사무를 지휘할 수 있어 가능한 조치였다”고 반박했다.
또한 그는 “북한의 라자루스나 김수키 같은 해킹조직이 정부기관을 노리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며 “선관위에 방첩사 사이버 담당자를 보내려 한 것도 그런 배경 때문이라는 생각은 안 해봤느냐”고 따졌다.
재판부는 이날 추가 기일을 지정하며 “내년 1월 초 재판을 종결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1월 12일까지 종결해야 한다고 본다”며 “예비 기일로 1월 14일과 15일을 잡고 구체적 심리 계획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