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역 해안 곳곳에 설치된 테트라포드는 바다의 힘을 줄이고 항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구조물이다. 외형만 보면 단단하고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사람이 발을 잘못 딛는 순간 치명적인 사고의 현장이 되곤 한다. 실제로 테트라포드 주변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는 매년 비슷한 양상으로 반복되고 있다.
지난 해 동해시 천곡항에서 낚시객이 파도에 휩쓸려 사망했고, 올해 속초항에서는 해산물을 채취하던 70대 주민이 추락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이처럼 순간적 부주의와 실수로 발생하는 테트라포드 사고는 우리 지역에서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최근 5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테트라포드 사고는 178건이며, 사망자는 26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강원 동해안에서만 60건, 사망 7명이 발생해 사고 비중이 매우 높다. 이 수치는 단순한 통계를 넘어, 테트라포드에서의 안전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고 있다.
사고는 대부분 낚시나 미역 채취, 혹은 잠시 테트라포드 위에 올라가 보는 가벼운 행동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테트라포드는 사람이 활동하기엔 구조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시설이다. 테트라포드는 평평한 면이 거의 없고, 대부분이 경사면과 곡면으로 이뤄져 있다. 늘 바닷물에 젖어 있어 미끄럽고, 비나 바람이 불 때는 균형을 잡기조차 어렵다.
동해안에 설치된 테트라포드는 높이가 3~5m에 이르고, 일부 구역은 10m 넘게 떨어지는 곳도 있다. 한 번 추락하면 큰 부상을 피하기 어렵고, 자칫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게다가 테트라포드 사이 공간은 좁고 매끄러워 스스로 빠져나오기 힘들고, 따개비나 굴에 상처를 입을 위험도 크다. 파도 소리에 구조 요청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발견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도 문제다.
특히 낚시객들에게 테트라포드는 ‘고기가 잘 잡히는 자리’로 알려져 있다. 수중 공간이 어초 역할을 하며 물고기가 모이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낚싯대와 장비를 들고 울퉁불퉁한 구조물 사이를 이동하는 행위는 매우 위험하다. 수면 근처는 해초류 때문에 더 미끄럽고, 물에 빠지면 매끄러운 표면 때문에 스스로 올라오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잠시의 손맛을 위해 감수할 위험으로 보기에는 결과가 너무 크다.
이 같은 사고를 줄이기 위해 동해해양경찰서는 ‘연안사고 예방에 관한 법률’에 따라 테트라포드 출입통제 구역 지정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8월 동해시 천곡항과 삼척시 임원항을 출입통제구역으로 지정했으며, 대진항·후진항·어달항·덕산항·궁촌항·월천항·장호항·천부항·현포항·맹방해변 친수공원·저동항 등 11개소도 추가 지정을 추진 중이다. 출입통제 위반 시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해안 순찰과 안전 홍보 또한 강화하고 있다.
테트라포드는 원래 바다를 지키기 위한 시설이지만, 사람이 올라가면 오히려 생명을 위협하는 구조물이 된다. 사고는 대부분 한 번의 실수, 한순간의 방심에서 시작된다.
우리 지역 해안에서 더 이상의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민과 방문객 모두의 자발적인 주의와 협조가 중요하다. 생명보다 소중한 낚시 포인트는 없다. 테트라포드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사고를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작은 실천이 우리의 안전을 지킨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 모두의 안전은 이런 기본을 지키는 데서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