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발언대]접경지역 인구 소멸 파고 ‘정주 혁신’으로 넘어야

양정우 한국자유총연맹인제군지회장

대한민국은 지금 ‘인구 소멸’이라는 거대한 시대적 파고 앞에 서 있다. 그중에서도 접경지역은 그 파고의 가장 앞 줄에 놓여 있다. 현재 접경지역의 인구 유지선이 위태롭다는 지표는 단순한 통계적 수치를 넘어 지역 경제의 위축과 공동체의 붕괴라는 실존적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그간 수많은 대책이 쏟아졌지만, 주민들이 체감하는 온도는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 이제는 관성적인 보조금 지급 위주의 대책에서 벗어나, 지역의 지도를 새로 그린다는 각오로 ‘정주 여건의 패러다임’을 통째로 바꿔야 할 골든타임이다.

접경지역의 재도약과 미래를 위해 접경지역의 한계를 기회로 바꾸는 세 가지 핵심 정주 전략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는 ‘주거 복지의 파격적 전환과 공간의 재설계’다. 인구 유입의 가장 큰 걸림돌은 단연 주거 문제다. 청년과 신혼부부가 외지로 나가지 않고 지역에 둥지를 틀 수 있도록 ‘지역형 공공임대 주택’ 모델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 단순히 집을 짓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주 근접이 가능한 소규모 스마트 복합 단지를 조성해야 한다. 특히 면 단위 지역에는 수도권의 은퇴 인구를 흡수할 수 있는 ‘웰니스 은퇴자 마을(Retirement Village)’을 조성해 인구 구조의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 이는 지역 내 소비를 진작시키고 새로운 공동체 활력을 불어넣는 마중물이 될 것이다.

둘째는 ‘강원특별법 특례를 활용한 교육 환경의 혁신’이다. 지역의 부모들이 자녀 교육을 위해 지역을 떠나는 ‘교육 이주’는 인구 유출의 핵심 고리다. 강원특별법이 부여한 교육 자율권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군 장병 자녀와 지역 학생들을 아우르는 기숙형 명문고 육성이나 디지털 기반의 특성화 교육 과정을 도입해, 지역에서 공부해도 전국 최고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확신을 주어야 한다. 또 24시간 긴급 돌봄 체계를 구축해 ‘아이 키우기 가장 좋은 지역’이라는 브랜드를 실질적으로 구현해야 한다. 교육이 살아야 젊은 부모들이 머물고, 비로소 지역의 미래가 담보된다.

셋째는 ‘군민의 생명권을 지키는 의료 및 안전망의 현대화’다. 접경지역은 광활한 면적에 비해 의료 인프라가 취약해 주민들의 심리적 불안감이 크다. 물리적인 대형 종합병원 유치가 당장 어렵다면,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AI 원격 협진 시스템’을 고도화시켜야 한다. 거점별 응급의료 시설의 장비와 전문 인력을 보강해, 지역 어디서든 ‘골든타임 내 응급 처치’가 가능한 체계를 선제적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군 사격장 소음이나 규제지역 주민들을 위한 실질적인 보상과 복지 시설 확충도 정주 여건의 중요한 축으로 다뤄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생활 인구’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다. 주민등록 인구수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인제를 정기적으로 찾는 군 장병, 면회객, 워케이션족들을 ‘명예 군민’으로 포용하는 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들이 지역에 머무는 동안 불편함이 없도록 편의 시설을 확충하고, 지역 화폐와 연계된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지역 경제의 혈류를 돌게 해야 한다.

인구 문제는 단순히 사람을 모으는 기술이 아니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존중하는 행정 철학의 문제다. 지역이 ‘어쩔 수 없이 머무는 곳’이 아닌 ‘자부심을 가지고 살고 싶은 도시’가 될 때, 소멸의 위기는 비로소 기회로 바뀔 것이다. 우리 접경지역 주민의 저력은 위기 속에서 늘 빛났다. 이제 정주여건 혁신이라는 정공법을 통해 접경지역의 새로운 100년 미래를 향한 담대한 항해를 시작해야 한다.

양정우 한국자유총연맹인제군지회장·법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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