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석유 수입에 차질을 빚는 한·중·일을 비롯한 5개국을 향해 군함 파견을 요청한 데 대해 정부가 15일 "긴밀히 소통하고 신중히 검토해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15일 언론 공지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언급에 주목하고 있다"며 이 같은 입장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국제 해상교통로의 안전과 항행의 자유는 모든 국가의 이익에 부합하며 국제법의 보호 대상"이라며 "이에 기반해 글로벌 해상 물류망이 조속히 정상화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중동 정세와 관련국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우리 국민 보호와 에너지 수송로 안전 확보를 위한 방안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본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호르무즈 해협의 물류 정상화라는 '대의'에 공감한다는 차원에서 1차적 반응을 내놓되,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미 측과 소통이 더 필요하다며 신중한 태도를 견지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직은 트럼프 대통령이 개인 SNS를 통해 언급한 단계로, 정부 채널을 통한 정식 요구가 접수된 상황은 아니란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요구가 본격화할 경우 정부 입장에서 수용하기도, 거절하기도 부담스러운 난제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고심을 거듭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국민 보호와 수송로 안전 확보라는 명분과 '관련국 동향' 등을 동시에 언급한 것은 이처럼 향후 상황에 따라 운신의 폭이 좁아지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고려한 포석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당분간 미국의 구체적인 의도와 움직임을 파악하는 동시에 중국, 프랑스, 일본, 영국 등 함께 언급된 국가의 동향에 촉각을 기울이며 대응 방향을 심사숙고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부담이 있고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은 우리 국익에도 중요하지만, 작전의 위험성이 크다는 점에서 적잖은 고민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국회 비준동의가 필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보름째 이어진 미국·이스라엘 대 이란 간 전쟁 와중에 이란이 봉쇄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의 유조선 등 선박 통행 정상화를 위해 한국, 일본, 중국, 영국, 프랑스 등에 군함을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이미 이란의 군사 능력을 100% 파괴했지만, 그들이 아무리 심하게 패배했더라도 이 수로의 어딘가에 드론 한 두기를 보내거나, 기뢰를 떨어뜨리거나,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라건대, 지도부가 완전히 제거된 국가에 의해 호르무즈 해협이 더는 위협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 인위적인 제약(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영향을 받는 중국, 프랑스, 일본, 한국, 영국, 그리고 다른 국가들도 이곳으로 함정을 보낼 것"이라고 적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의 20% 정도가 지나는 요충지로, 가장 좁은 곳이 39km에 불과하다. 이란은 이 해협에 기뢰를 설치하며 통행을 사실상 차단하고 있고 실제 민간 선박의 피격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미국은 좁은 수로에서 이란의 각종 공격에 노출될 가능성이 큰 만큼 선박 호위 작전을 단독으로 하기보다는 다국적군을 구성해 진행하겠다는 구상이다.
미국의 구상이 구체화해 한국에 파병 요청을 하면 정부는 청해부대의 파견을 고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을 중심으로 해적 퇴치 및 안전 항해 지원 등 임무를 수행하는 청해부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2009년 1진 파병을 시작으로 현재 47진으로 4천400톤급 구축함 대조영함이 임무를 교대해 수행 중이다. 병력은 262명이 파견돼 있다.
청해부대는 그동안 아덴만 여명작전, 리비아·예멘 우리 국민 철수 작전 등에서 활약하며 4만여 척 이상의 선박 안전을 지원했다.
청해부대는 현재 오만 동방 해상에서 우리 국민 보호를 위한 대응 태세를 유지 중이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및 아라비아·페르시아만 해역에 있는 한국 선박의 위치 및 통항 정보를 해운사들로부터 공유받으며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
한국은 과거 청해부대를 호르무즈 해협으로 보내 한국 상선을 호위한 적이 있다.
정부는 트럼프 1기 때인 2020년 1월 미군이 이란의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제거하면서 미국-이란 간 긴장이 고조되자 청해부대의 작전임무 구역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한국 상선 호위 임무를 수행하게 했다.
국회에 제출된 청해부대 파병 동의안에 명시된 파견지역은 아덴만 해역 일대여서 호르무즈 해협에서 활동하려면 국회 비준동의를 다시 받아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 활동 시에는 지시되는 해역 포함'이라는 문구가 있어 별도의 절차없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작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는 게 군 당국의 판단으로 알려졌다.
당시엔 '독자 작전'이었지만 이번엔 다국적군의 일원으로 활동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청해부대의 임무가 근본적으로 달라져 별도의 국회 비준동의가 필요할 수 있다고 군 관계자는 설명했다.
군의 한 관계자는 "일본 등 주변국이 어떻게 대응하는지도 봐야 하고 많은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참여연대는 15일 성명을 내고 미국의 이란 공격이 국제법상 침략 범죄라며 "한국이 대이란 군사 행동에 동참하는 것은 침략전쟁을 부인하는 우리 헌법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무력 행사 요건을 엄격히 제한한 유엔 헌장에도 반하는 일"이라며 "'한미상호방위조약'도 공격과 점령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기에 조약 상 의무와도 무관하다"라고 설명했다.
참여연대는 군사행동 참여가 이란의 한국에 대한 공격을 부채질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도 우려했다. 또 "우리 군사력은 중동 전장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 유지에 우선 배치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