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동해안의 백사장이 사라지고 있다. 해양수산부의 ‘2024년 연안침식 실태조사’에 따르면 강원도 연안 102곳 중 A등급(양호) 해역은 불과 4곳, 전체의 4.0%에 불과한 반면, 우려(C등급)와 심각(D등급) 등급은 66곳으로 전체의 64.7%에 달한다. 특히 강릉 소돌·염전, 속초 청호·등대, 삼척 임원·장호 등은 이미 연안침식이 육안으로 확인될 정도로 진행 중이다. 단순히 해안선이 후퇴하는 것을 넘어 지역의 대표 관광지와 어업 활동이 위협받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실태조사는 그 심각성을 재확인시켜 준 경고다. 해안침식은 단일 원인이 아니라 복합적인 환경·인문 요소가 작용한 결과다. 우선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과 집중호우, 태풍의 빈도 증가가 근본적인 배경에 있다. 여기에 과도한 해안 인공구조물 설치, 난개발, 자연 모래 순환 체계의 교란 등이 겹치며 해안선의 자생력이 약화되고 있다. 더욱이 강원 동해안의 연안은 단순한 자연 공간 이상으로 경제, 생태, 문화적 가치를 아우르는 중요한 자산이다. 여름철 관광객으로 지역경제가 활력을 얻는 해수욕장은 침식으로 인해 매년 면적이 줄고 있다. 또한 생물의 서식지 파괴와 어장 축소는 어민 생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져온다. 결국 해안침식은 지역 공동체의 삶과 직결되고 있어 시급히 해결돼야 할 현안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해안관리는 주로 해당 지자체의 책무로만 제한되어 왔고, 중장기적 종합관리계획보다는 개별 사업 위주의 대응이 주를 이뤄왔다. 이제는 정부가 전면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해안침식을 기후변화로 인한 국가적 재난으로 인식하고, 중앙정부 주도의 관리 체계를 구축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단기적으로는 침식 심각 지역에 대한 조기 경보 체계와 응급 보호사업을 강화해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 예측 시스템, 친환경 공법 도입 등 과학기술 기반의 지속 가능한 연안 관리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아울러 지자체 차원에서도 해안 개발 규제와 완충 구역 설정을 통해 해변 생태계의 회복력을 높이는 데 힘써야 한다.
동해안은 단지 동쪽 바다가 아니다. 이는 강원특별자치도의 자산이자 국가의 해양 주권, 생태적 미래가 걸린 중요한 공간이다. 특히 강원특별자치도 시대를 맞이한 지금, 지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백사장’이라는 단어 뒤에 숨겨진 위기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자연은 한 번 파괴되면 복구에 수십 년의 시간이 걸린다. 당장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언젠가 동해안 해변은 지도 속 추억으로만 남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