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의 자연과 지역 정체성을 담아낸 ‘영월체’가 요즘 제법 바쁘다. 지역에서 태어난 손글씨 서체 하나가 청와대 국가비전디자인에 쓰이고, 중앙부처와 국가 주요 행사 현장 곳곳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조용하지만 눈에 띄는 행보다. 주목할 점은 ‘잘나간다’는 결과보다 그 과정이다. 영월체에는 유행을 따라가는 흔적도, 과장된 장식도 없다. 대신 동강과 서강이 만들어낸 완만한 흐름, 산과 들 사이의 여백, 급하지 않은 영월 사람들의 호흡이 담겨 있다. 오래 봐도 피로하지 않은 글씨다. 영월체가 가진 힘은 기술보다 태도에 가깝다. 대도시의 감각이나 최신 트렌드를 모방하지 않았다. 영월이 어떤 곳인지, 어떤 속도로 살아왔는지를 스스로에게 묻고 그 답을 글자로 옮겼다. 그래서 설명하지 않아도 ‘영월답다’는 말이 따라온다. ▼지방소멸과 인구 감소가 일상이 된 시대에, 한 지역의 서체가 국가의 비전을 말하는 도구로 선택됐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중심에서 만들어진 언어가 아니라, 지역의 일상과 풍경에서 길러진 감각이 공공의 언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조용하지만 확실한 변화다. 영월체는 이제 하나의 서체를 넘어 영월의 미래를 말하는 방식이 됐다. 크지 않아도 분명한 것, 빠르지 않아도 흔들리지 않는 것, 지역의 일상이 곧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관광이나 문화 정책의 구호보다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글씨는 방향을 담는다. 어디를 향해 쓰였는지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영월체는 ‘눈에 띄기 위해’ 만들어진 글씨가 아니다. ‘오래 쓰이기 위해’ 다듬어진 글씨다. 그래서 국가비전이라는 무거운 문장 옆에서도 과하지 않고, 사람의 말처럼 읽힌다. ▼지금 영월체가 사용되고 있는 곳은 많아졌지만, 그 출발점은 여전히 영월이다. 글씨 하나가 지역의 미래를 대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방향을 보여줄 수는 있다. 영월체가 가리키는 방향은 분명하다. 지역답게, 사람답게, 오래 가는 길. 영월은 지금 그 문장을 차분히 써 내려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