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법정칼럼]종이기록과의 이별

김정환 춘천지방법원 판사

과거 검사님들의 일상을 다루었던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었습니다. 인상 깊었던 장면이 많이 있었는데, 그 중 직원분이 방대한 분량의 종이기록을 수레에 실어오고, 담당 검사님은 그 분량에 당혹스러워 하는 장면이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장면은 얼마 전까지도 생소한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수사단계에서부터 형사재판에 이르기까지의 사건기록이 모두 종이로 제조·관리되었기 때문입니다. 변호인은 담당 사건의 내용을 파악하기 위하여 검찰청, 법원을 방문하여 종이기록을 복사하여야 했고, 법원을 방문하거나 우편송부의 방법으로만 서면과 증거자료를 제출할 수 있었습니다. 법원, 검찰청에서도 종이기록의 더미 속에서 종이기록을 하나하나 넘겨가며 사건을 검토하였습니다. 이와 달리 민사소송의 경우 전자소송방식을 도입하여 당사자들의 편의를 증진하고 분쟁 해결의 효율성을 높이며 종이문서 제출·관리 비용과 부담을 감소할 목적으로 2010년 3월24일 ‘민사소송 등에서의 전자문서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시행되어 2011년경부터 전자소송방식에 의한 진행이 이루어지게 되었고, 그 후 가사, 행정 사건 등에 대하여 순차적으로 전자소송제도가 확대 시행되었습니다. 현재 민사소송 등은 전자소송방식이 완전히 안착된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변호사로 활동하였을 당시 전자소송과 종이문서에 의한 소송(편의상 ‘비전자소송’이라 합니다)을 모두 경험해보았는데, 전자소송의 편리함과 비전자소송의 불편함을 크게 느꼈습니다. 전자소송의 경우 노트북 등을 통해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서면을 제출하고, 상대방이 제출한 서면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사건기록을 효율적으로 검토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비전자소송에서는 이러한 전자소송의 장점을 느낄 수 없었고, 특히 복사된 두꺼운 종이기록을 넘겨가며 사건을 검토하는 것은 상당히 힘든 과정이었습니다. 이러한 형사사법절차에 대하여도 전자화를 통하여 사법절차의 신속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피의자·피고인·피해자·고소인 등의 형사사법절차상 권리 보장을 강화하여 형사사법업무 전반에 걸쳐 국민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2021년 10월 ‘형사사법절차에서의 전자문서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형사절차전자문서법’)’이 제정되었고, 제반 준비절차를 거쳐 2025년 10월 이후 수사가 개시되어 법원에 접수된 형사사건은 전자소송방식에 의한 진행이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형사절차전자문서법에 의하면, 피고인·피해자·고소인·변호인 등은 형사사법업무 처리기관에 제출할 서류 또는 사진·음성·영상자료 등을 전산 정보처리시스템을 통해 전자문서로 제출할 수 있고(제5조), 형사사법업무 처리기관 소속 공무원은 전자문서로 작성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하거나 적합하지 아니한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형사 사법 업무와 관련된 문서를 전자문서로 작성해야 하고, 전자적 송달·통지에 동의한 사용자 등에게는 송달 또는 통지를 전산 정보처리시스템을 통해 전자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제10조, 제14조). 그리고 피고인, 변호인은 형사절차문서법에 따라 작성된 전자문서를 열람·등사 또는 복사하는 경우에는 인터넷이나 전산정보처리시스템을 통하여 전자적으로 열람 또는 복사하거나 전송하는 방법으로 할 수 있습니다(제16조). 당분간은 비전자소송 방식과 전자소송 방식이 공존함에 따른 불편이 있을 것으로 보이고, 시행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불편함이 발생할 가능성도 없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형사사법절차에서도 전자소송 방식이 안착되면 당사자 및 형사사법업무 처리기관의 편의가 증진되고, 종국적으로는 피의자·피고인의 방어권과 피해자 등의 형사사법상 권리가 보다 충실히 보장될 뿐만 아니라, 형사사법업무 처리기관의 충실하고 효율적인 사건처리가 가능해져 형사사법절차 전반에 대한 국민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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