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이라는 말이 때로는 수사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인구 9만명의 동해시는 숫자로 말한다. 시민 한 사람이 1년에 책 다섯 권을 훌쩍 넘게 빌려 읽는다는 기록은 말보다 무거운 증거다. 시립도서관 회원 기준 지난해 1인당 연간 대출 건수는 5.7권으로 나타났다. 연간 대출 건수는 2023년 5.37권에서 2024년 6.21권으로 크게 늘었다. 공공도서관 회원 1인당 연간 대출 건수인 2023년 4.87권, 2024년 5.1권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산업의 항구로 기억되던 동해시가 이제는 책장을 넘기는 소리로 새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있다. ▼수적천석(水滴穿石).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는 말이다. 하루아침에 난 구멍이 아니라 매일의 반복이 만든 흔적이라는 뜻이다. 동해시의 대출 통계도 그와 닮았다. 8년 연속 ‘책 읽는 지자체’라는 훈장은 하루치 행사가 아니라 꾸준한 독서의 축적이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불타 사라진 뒤 문명이 퇴행했다는 신화처럼, 책의 부재는 곧 도시의 침묵이다. 동해시는 그 반대편에 서 있다. 책이 쌓일수록 도시의 언어는 늘어나고, 시민의 사고는 깊어진다. ▼공자는 “옛것을 익혀 새것을 안다”고 했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다. 지난해 새로 들인 1만여 권의 정기도서와 시민이 직접 고른 희망도서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다. 여기에 기업이 기증한 환경·에너지 책들이 더해지며 독서는 취미를 넘어 시대 감각이 된다. 고려의 사관들이 사초를 숨죽여 기록했듯, 오늘의 시민은 조용히 읽으며 내일을 준비한다. 시립도서관의 지난해 연간 도서 대출량은 28만6,000권에 달한다. 시민 참여의 밀도다. ▼책이 많은 도시가 곧 좋은 도시는 아니다. 다만 책이 읽히는 도시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독서는 도시의 기억을 보존한다. 동해시가 ‘책 읽는 지식 도시’로 불리는 이유는 표어가 아니라 생활의 습관에 있다. 항만의 크레인이 멈춰도 도서관의 불은 켜진다. 그 불빛 아래서 동해시는 오늘도 조용히 다음 페이지를 넘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