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인생학교(정식명칭은 ‘아름다운인생학교 U3A 춘천’)가 다음달 13일 개교하고 16일 개강한다. U3A(University of the Third Age,제3기 인생대학)은 1980년경에 영국에서 시작됐는데, 자립·자조·자활을 기본정신으로 하여 함께 배우고, 웃고, 즐기자(Learn,Laugh,Live)를 목표로 삼는다. 그러기 위해 일체의 지원을 받지 않고 외부의 누구에게 의존하지도 않으며 마을 사람들이 자기들 스스로 공부하고 가르치고 함께 활동한다. 내는 돈도 거의 없고 문턱도 없다. 일종의 품앗이인 셈이다. 약간의 공간과 함께 하려는 사람들의 의사만 있으면 되는건데 이미 영국에는 1,300여개의 인생학교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창시자인 백만기 교장에 의해 2013년에 분당인생학교가, 2020년에 위례인생학교가 설립됐다.
내가 인생학교에 대해 알게 된 것은 한림대에서 은퇴설계론을 강의하면서부터였다. 어떤 지원도 받지 않고 스스로 한다는게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몇몇 친구들에게 ‘이런게 있어, 우리 이거 한번 해보자’ 했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좋다고 즉시 반응했다. 하지만 막상 시작하려니 아무리 지원을 받지는 않는다고 해도 PPT설치 강의실과 행정인력이 필요했다.
그 벽이 몇 년간 우리 앞을 가로막았다. 그러던 중 지난해 우연한 기회에 춘천미래동행재단 분들을 만나게 되면서 장벽의 틈이 열리기 시작했다. 결국 아름다운인생학교 U3A 춘천과 춘천미래동행재단이 업무협약(MOU)을 맺고 강의실과 행정인력은 춘천미래동행재단이, 초기 코디네이터(강사)풀은 인생학교가 준비하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춘천인생학교가 가능해진 것이다.
인생학교의 진정한 성사여부는 개념의 유지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서민금융과 유사하다. 춘천인생학교 운영위원들은 철저하게 여타 성인교육기관과 차별화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체면에서 함께 하는 우리가 간섭받지 않는 주체가 돼야 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외부 지원을 받지 않으려 하는 이유는 매우 단순하다. 지원에 의존하다가 지원이 끊기면 망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스스로 한다는건 매우 중요하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결코 실패하지 않으려는 것 이외에 또 한가지 이유는 스스로 할 때 행복하다는 것이다. 내용면에서도 차별화가 필요하다. 주로 인문학 위주로 강좌내용을 구성하려고 한다. 시민과 인문학을 접목하려는 시도가 깔려 있는데 그 이유는 이 사회 구성원 누구나 세상을 보는 시야를 꾸준히 넓혀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첫학기(3·4·5월) 강좌 및 활동을 서양음악감상, 가곡교실, 찾아가는 미술관, 독서모임, 은퇴설계의 5가지로 구성했다. 둘째 학기(6·7·8월)는 15개 강좌와 활동을 준비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은퇴자, 노인의 문제를 크게 ‘가난하다’와 ‘행복하지 않다’로 정리할 수 있다. 가진 것도 없고 마음의 여유도 없다와 같은 말이다. 첫 번째 문제는 연금제도 등의 불비로 의외로 우리나라 은퇴자는 가난하며, 이 때문에 계속 원치 않는 일에 매달려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 문제는 결국 제도정비로 풀어야 한다. 우리가 더 관심을 갖는 것은 두 번째 문제다. 오늘의 우리나라 은퇴자, 노인들이 행복하지 않은 주된 이유가 주도적 삶을 살지 못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나도 할 수 있다’가 우리가 가고자 하는 길이다. 마을사람들 모두에게 그 무대를 제공하는게 인생학교가 해야 할 일이다.
현대 사회의 문제를 설명하는 용어에 포스트모더니즘과 포퓰리즘이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세상에 무슨 진리가 있어, 윤리도 쓸모 없기는 마찬가지고, 오직 이해관계가 있을 뿐이지’, 하는 것이고, 포퓰리즘은 사람들을 극단적인 양편으로 나누고 ‘저쪽은 나쁜 편이니 내편을 드시오’, 하는 것이다. 내편, 네편, 가르지 말고, 또 쉽게 포기하지 말고 서로 격려하면서 함께 하나하나 해나가자는 것이 인생학교다. 그 학교가 춘천에서 곧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