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동해안지역의 건조특보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겨울철 밭작물이 싹을 틔우지 못한 채 말라죽는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봄철 냉해, 여름철 폭염, 가을철 장마 등에 이어 겨울철의 건조·가뭄까지 겹치며 농업이 전방위적 기후위기에 위협받고 있다.
고성에서 밭농사를 짓는 정항모(57)씨는 2025년 11월 호맥을 파종했으나 올해 1월~2월 내내 이어진 건조한 날씨 탓에 싹이 제대로 올라오지 않았다. 정씨는 “겨울 내내 눈·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토양 수분이 부족했고 작물 뿌리가 땅속 깊이 자리 잡지 못했다”며 “24만 평에 심은 작물 중 40% 가량이 발아 불량으로 올해 농사가 벌써부터 걱정된다”고 하소연했다.
양양에서 호맥 농사를 짓는 윤택연(62)씨의 상황도 비슷했다. 윤씨는 “지난해 볏짚 수급이 어려워 올해는 호맥 생산량을 늘리려 했지만, 건조한 날씨 탓에 싹도 제대로 트지 않아 작황이 부진하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강릉에서 산나물을 재배하는 김봉래(60)씨 역시 겨울철 가뭄으로 눈개승마가 흙 속에서 싹을 트지 못한 채 고사하는 피해를 겪었다고 전했다.
강원도 농업 현장에서는 계절별로 기상재해가 반복되면서 연중 농사 준비가 차질을 빚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강원 동해안과 산지에는 최근 두 달 가까이 건조경보·건조주의보가 지속됐다. 2025년 12월26일부터 이어진 건조특보는 올해 2월16일 53일만에 해제되며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그러나 나흘만인 이번달 20일 다시 건조특보가 내려졌고 26일 기준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다.
농업인들은 동해안 일대의 강수 및 적설량 부족까지 겹치면서 토양 수분이 크게 줄어들어 작물 초기 생육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기상위기에 대한 대안으로 농업인들은 피해 조사 전담 부서 설치, 피해 보상에 대비한 각 지자체의 예비비 확충 등을 요구하고 있다.
김용빈 전국농민회총연맹 강원도연맹 의장은 “기후위기가 상시화되면서 피해는 농업인 개인을 넘어 농산물 가격 상승과 소비자 불편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도청과 시·군은 농작물 피해에 대한 사후조치가 아니라 전담 부서 설치와 예비비 확충을 통해 선제적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