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발언대]후보자를 대하는 유권자의 성숙한 자세

최종한 시인·양양군사회복지협의회장

◇최종한 시인·양양군사회복지협의회장

요즘 지역사회는 지방선거의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각종 모임과 행사마다 입지자들이 찾아와 고개를 숙이고 손을 내밀며 한 장의 명함에 자신의 간곡한 뜻을 담아 전한다.

지역의 발전과 주민의 복지 증진을 내세우며 공천이라는 첫 관문을 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하지만 어쩌면 이는 민주주의의 선거가 살아 숨 쉬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출마의 이유가 어떠하든 그들은 공공의 길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의 간절함과는 달리 일부 유권자들의 태도는 아쉬움을 남긴다. 면전에서 인사를 외면하고 악수를 거부하며 정당이 다르다는 이유로, 혹은 학연과 지연이 닿지 않는다는 이유로 매몰차게 돌아서는 장면이 낯설지 않다. 각자의 생각이 다를 수는 있으나 사람까지 배척하는 태도는 성숙한 시민의 모습이라 하기 어렵고 볼품없다.

후보자들은 각자의 이력과 역량을 바탕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열정으로 큰 결단을 내린 이들이다. 정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혹은 무관심을 이유로 외면하고 방치한다면 결국 그 대가는 공동체 전체에 돌아온다. 정치의 수준은 곧 유권자의 수준을 비추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행사장에서 유권자들이 받아서 버린 명함이 바닥에 흩어져 발길에 짓밟히는 광경을 종종 본다. 그 장면이 못내 안타까워 한 장 한 장 정성껏 주워 담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 작은 명함 한 장에는 한 사람의 인생, 열정과 용기, 그리고 지역을 향한 의지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유권자의 역할은 단순한 선택에 그치지 않는다. 공직에 도전하는 선량들의 뜻을 경청하고 때로는 따뜻하게 격려하며 필요하다면 냉철한 조언을 건네는 것,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힘이다.

비판은 하되 품위를 잃지 않고 선택은 하되 배척하지 않는 태도가 요구된다. 우리는 이미 성숙한 K민주주의의 저력을 경험한 국민이다. 갈등과 위기의 순간마다 스스로의 힘으로 질서를 바로 세우고, 제도를 통해 변화를 이끌어낸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러한 시민의식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고 절제하는 태도 속에서 축적된 것이다. 지방선거는 지역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과정이다. 그 과정 속에서 후보자와 유권자가 서로를 존중할 때, 비로소 민주주의는 한층 더 깊어지고 단단해진다. 이 봄, 선택의 계절에 우리가 보여줘야 할 것은 후보자에 대한 뜨거운 지지 이전에 성숙한 유권자의 품격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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