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4년, 태백 거무내미의 척박한 땅속으로 첫 곡괭이가 박혔다. 그것은 단순히 지표면 아래 잠든 광물을 캐내는 작업이 아니었다. 일제강점기의 수탈과 광복 직후의 혼란, 그리고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서야 했던 우리 민족에겐 가난의 뿌리를 뽑아내고 생존의 희망을 길어 올리는 처절한 사투였다. 갱도의 희박한 공기 속에서 광부들이 가쁜 숨을 몰아쉴 때 비로소 대한민국의 산업화는 숨통이 트였고, 그들의 검게 그을린 얼굴 위로 한강의 기적이라는 눈부신 불빛이 피어올랐다. ▼그러나 영광의 연대 뒤에는 ‘폐광’이라는 차가운 현실과 ‘지역 소멸’이라는 가혹한 성적표가 뒤따랐다. 한때 ‘지나가는 개도 1만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닌다’던 번성의 기억은 이제 박물관의 박제된 전시물이나 관광지의 장식물로 축소되었다.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아 하나둘 정든 고향을 떠났고, 남겨진 마을에는 꺼진 갱도 입구와 식어버린 시간의 잔해만이 뒹굴었다. 폐광지역이라는 네 글자는 지리적 구분을 넘어, 그곳에 사는 이들에게는 삶의 흔적을 없애는 낙인이자 소외의 상징이었다. ▼이제 그 100년의 역사가 중대한 변곡점에 섰다. 지난달 31일부터 폐광지역이라는 법적 명칭이 ‘석탄산업전환지역’으로 공식 변경됐다. 과거의 영광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그 역사적 무게를 딛고 미래로 나아가겠다는 국가적 선언이다. 새로운 이름 위에는 메탄올 생산, 첨단 의료 서비스, 미래 소재 산업, 그리고 체류형 관광이라는 낯선 언어들이 겹쳐지고 있다. ▼우리가 이 시점에 명심해야 할 것은 이름이 결코 길을 대신해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진정한 ‘전환’은 화려한 간판이 아니라 실질적인 속도와 과감한 실행력으로 증명돼야 한다. 낡은 규제의 빗장을 과감히 풀고, 기업이 모이고 청년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매력적인 토양을 만들어야 할 때다. 이곳이 과거의 유산이 묻힌 차가운 무덤이 될 것인지, 아니면 미래 산업의 가능성이 꿈틀대는 뜨거운 요람이 될 것인지는 오로지 우리의 선택과 실천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