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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무너지는 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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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남원 기자

봄 교정은 늘 같은 색으로 피어나지만, 교실 안의 공기는 예전과 다르다. 아이들의 웃음 뒤편에서 교단은 조금씩 비어 간다. 남아 있는 이들은 더 오래 버티는 법을 배우고, 떠나는 이들은 더 이상 견디지 않기로 결심한다. 2020년 15명(교장 11명·교감 4명)이던 강원지역 퇴직자는 2025년 44명(교장 34명·교감 10명)으로 급증했다. 절대 규모뿐 아니라 비율에서도 강원의 상황은 심각하다. 전체 교원 수는 서울이 7만1,733명으로 강원(1만6,578명)의 4배 이상이지만, 명예퇴직자는 강원이 서울보다 불과 4명 적었다. 관리직을 비롯해 평교사도 해마다 300명 안팎이 교단을 이탈하고 있다. 2025년 기준 도내에선 300명의 교원이 그만뒀다. 이는 부산(141명), 인천(288명)보다도 높은 수치다. ▼교육계 내부를 세심히 살펴야 할 때다. “성(城)을 잘 지키려면 장수가 밤마다 성벽을 잘 돌봐야 하는 법이다.” 적의 창칼보다 먼저 무너지는 것은 내부의 틈이다. 지금 교단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다. 명예퇴직이라는 이름으로 떠나는 관리자들, 그리고 아직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채 교편을 내려놓는 젊은 교사들. 이탈은 단발이 아니라 흐름이 되었고, 흐름은 곧 구조를 흔든다. ▼“가르침은 나무를 심는 일과 같다”는 오래된 말이 있다. 그러나 뿌리가 마른 땅에선 어떤 나무도 오래 서지 못한다. 낮은 보수와 과중한 업무, 그리고 언제든 흔들릴 수 있는 보호 장치 속에서 교사들은 스스로를 지켜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교육이란 이름 아래 쌓여 온 책임은 무겁지만 그 책임을 떠받치는 기반은 점점 가벼워지고 있다. 교단은 언제든 그만둘 수 있는 경계선 위에 서 있는 형국이다. ▼남겨진 것은 질문이다. 왜 떠나는가가 아니라, 왜 붙잡지 못하는가에 대한 질문. 교실은 여전히 아이들로 채워지겠지만, 그 앞에 서는 사람의 마음이 비어 있다면 교육은 형식만 남는다. 교단의 공백은 단순한 인력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교육을 대하는 태도의 균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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