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생산된 에너지를 어디에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을 함께 봐야 합니다. ‘공급’만 생각해서는 의미가 없어요. ‘지산지소’ 형태의 산업을 지역에 만들고 이를 활용할 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양구 출신 이호현 기후에너지환경부 제2차관은 폐광 이후 강원특별자치도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산업을 육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활용할 전략도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산업통상지원부 시절 자신이 담당했던 업무이자 고향의 현안인만큼 이 차관이 던지는 질문도 묵직하다.
이재명 정부의 초대 기후에너지환경부 2차관이자 산업통상자원부의 마지막 2차관이었던 그를 지난8일 서울 광화문 석탄회관에서 만났다.
■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차관으로 발탁된 지 8개월이 지났다. 그간의 소회는= “에너지 산업을 새로운 산업으로 키우면서 ‘전환’을 이끌어내야 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 부담감도 있지만 의욕적으로,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일하고 있다”
■ ‘에너지 정책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다.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정책의 핵심은 무엇인가=“‘대전환’이다. 에너지 분야는 몸집이 매우 크다. 방향을 갑자기 바꾸는게 어렵다. 기존 석유나 가스, 원전 정책의 토대에서 새 에너지로의 전환을 추진해야 속도를 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산업을 키워서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이다. 에너지는 그동안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서포트’ 역할을 해왔다. 이제는 에너지 분야 자체가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동력이 되어야 한다. 기존에 수출을 지원하던 역할을 넘어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해야 한다.
에너지 전환은 기후대응 차원도 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오일쇼크나 유럽 가스위기로 얼마나 어려움을 겪었나. 결국은 기존의 화석연료 의존도를 개선해야 한다. 그게 에너지 정책의 핵심이자 나아가야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 부처 개편을 통해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생겼다. 오랫동안 일해왔던 산업통상부를 떠나 새로운 부처에서 업무를 하게 됐는데, 산업 진흥과 환경보호를 두고 충돌하는 경우도 있을 것 같다. 통합 이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 “업무적인 측면에서 보면 에너지 정책분야를 연속적으로 맡게 돼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물론 기존 환경부와 산업부는 정책 목표를 달리했기 때문에 정책을 설계하거나 수립할 때 좀 더 깊은 토론과 논쟁이 있을 때도 있다. 다만 이제는 같은 부처 내에서 이뤄지는 토론이기 때문에 의견 조율의 벽이 낮아졌고, 서로의 입장에서 한 번 더 관점을 달리해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도 생겨 오히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본다“
■ 원전 존폐 논란도 여전한 가운데 재생 에너지의 중요성도 그 어느때보다 부각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펼쳐지나=“국내 재생 에너지 생산지는 주로 남쪽 해안가에 밀집해 있다. 여기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가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소비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그런데 이 지역엔 기업 등이 없어 다 소비를 못한다.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수요가 많은 수도권으로 올려보내야 하는데 그러려면 대규모 송전망 건설이 불가피하다. 송전망 건설은 지역사회와 주민들의 반대가 매우 큰 사안이다.
그래서 우선적으로 지역에서 생산된 전기를 지역에서 소비하는게 중요하다고 보는것이다. ‘지산지소형’ 분산형 전력망으로 표현되고 있는데 이것이 이재명 정부의 대표적인 에너지 정책의 핵심이다. 한마디로 지역에서 생산된 에너지는 지역에서 다 쓰자는 것이다“
■ 현실적으로 지역에서 대규모 에너지를 모두 소비하기 어려운 구조 아닌가=“그렇다. 그래서 에너지 수요가 있는 곳으로 이동시켜야 한다. 송전망이 필요한 이유다. 그런 것들은 국가 인프라 구축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 ‘에너지 고속도로’라는 표현도 이런 차원으로 인식하면 된다.
우선적으로로 지역적 분산형 전력망을 만들고, 불가피하게 지역 간 수급격차로 발생하는 에너지는 융통선로인 장거리 송전망을 지어 전력안보 자산으로 활용하자는 것이 정책의 목표이다“
■ 강원도에서도 송전망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많았다=“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이다. 산업부 전력국장으로 일할 때 횡성과 홍천, 영월 등 안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이 다녔다. 동해안 -신가평 송전선로의 경우 철탑도 상당히 많고 생태 1급지를 지나가는 곳이어서 주민과 지역사회는 물론 환경청 등 관계기관과도 긴밀하게 협의하면서 진행한 기억이 있다. 지금도 다 해결된 건 아니지만 당시 계셨던 분들이 많이 수용해주시고 납득해주셨다. 국가 전체적으로 에너지를 안보를 위해서 적극 협조해주신 분들이 많다”
■ 동해안 신가평 송전선로의 경우 현재의 에너지 정책이 수립되는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고 있다=“맞다. 동해안 신가평 송전선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국가전력망 특별법을 새로 만들었다. 경과지의 경제 발전 및 주민 복지사업을 비롯해서 햇빛 소득 마을 처럼 소득으로 연결 시킬 수 있는 지원 및 보상 수단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이제는 발전소를 짓는것 보다 송전망을 짓는 것이 더 힘든 시기가 됐다. 절차적 투명성이 중요하고 무엇보다 지역의 수용성을 높이는게 필요하다. 진정성을 갖고 민주적 절차를 지켜나가면서 납득할만한 충분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
■ 언급한 ‘햇빛 소득’ 마을은 ‘주민 참여형 수익 공유 모델(햇빛·바람 연금)’의 사례 중 하나로 보이는데, 어떤 개념인가=“지역소멸위기에 처해 있는 강원도의 작은 마을들이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확보하면서도 소득도 올릴 수 있는 사업이다. 경과지 주민들에게 보상을 해줄 때 우선적으로 햇빛소득 바람소득 마을로 최우선 지원하도록 했다.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 보다는 이런 사업이 지속성 있고 정책브랜드를 만드는데 유리하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가덕산 풍력마을도 이런 성격의 모델로 보면 된다. 이런 정책들이 강원도에서 많이 활용됐으면 좋겠다”
■과거 강원도는 석탄을 생산하는 주요 에너지 생산지였다. 현재는 모든 광산이 폐광을 앞두고 있는데, 폐광 이후를 어떻게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보는가=“해당 사안은 산업부 소관업무이긴 한데 정부 차원의 로드맵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보완작업이 필요한거 같다. 중요한 건 ‘수요’를 만드는 것이다. 가령 청정메탄올 인프라를 키운다고 한다면 생산된 에너지를 어디에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을 함께 봐야 한다. 수요가 중요하다. 공급만으로는 의미가 없다. ‘지산지소’ 형태의 산업을 지역에 만들고 이를 활용할 기업을 유치할 전략들이 필요하다. 고민들을 하고 있을거다”
■ 구체적인 예를 든다면=“삼척에 수소 산업을 집중하고 있는데 이 수소를 어디에 공급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가까운 예를 들면, 포스코가 갖고 있는 가장 경쟁력있는 기술이 바로 ‘수소 환원 제철’ 기술이다. 이 기술 공정에는 엄청난 양의 수소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수소를 생산하는 삼척과 포스코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철강 말고도 시멘트 분야에서도 수소를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 시멘트 부산물을 활용한 여러 기술들이 있는데 그게 바로 미래 산업이다. 폐광지역의 경제활성화 전략도 앞서 언급했듯 공급 뿐 아니라 수요를 고려한 산업 생태계 전략을 키워서 어떻게 클러스터를 만들어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 차관 취임 후 강원 방문도 여러 차례 있었다. 지역 출신으로서 감회도 남달랐을 것 같은데=“고향에서 살았던 경험들이 에너지 정책이나 산업정책에 도움을 줬다. 예를 들면 가스산업과장 재직 시절이었는데 철원과 화천, 양구, 인제 등이 전형적으로 도시가스 공급이 어려운 곳이다. 소양호나 큰 산을 가로질러 가스공사의 배관망을 끌고 가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저희 부모님도 그렇고 동네분들도 등유를 때거나 심야전기를 많이 썼다. 요금이 많이 나온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마을단위 LPG 보급망 사업을 했는데 배관망을 까는 것이 아니라 5톤짜리를 하나 가져다 놓고 LPG 회사가 주기적으로 채워주면 이걸 도시가스처럼 쓸수는 있는것이다. 도시가스정책과 LPG 정책을 병행한 셈이다. 모두 지역에서 체감하며 느낀점을 정책에 접목한 것이다.
나름대로 강원도에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여러가지 아이템이 있다고 생각한다“
■ 어린시절을 양구에서 보냈다. 고향에 계신 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은=“양구에서 태어났고, 초등학교 5학년때 춘천에 혼자 나와서 공부했다. 부모님은 아직 양구에 계신다. 강원도가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발전하길 바란다. 다양한 가능성과 경쟁력을 갖춘만큼 미래에는 분명 강원도가 희망의 땅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서울=원선영기자 haru@kw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