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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원주 혁신도시 이주율 71.8%, 무늬만 이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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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 기관, 그간 수도권행 셔틀버스 운행
기관장 절반 이상 주소 안 옮겨 ‘정거장’ 치부
강력한 페널티로 지방 분권 취지 살려 나가야

국회예산정책처가 4월29일 발표한 ‘제1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사업 성과와 시사점 보고서''의 내용은 충격적이다. 원주의 강원혁신도시로 이전한 9개 공공기관 중 대한석탄공사를 제외한 8개 기관이 그간 수도권행 셔틀버스를 운행해 왔고, 투입된 예산만 286억원에 달한다는 사실은 지방 분권의 본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다. 특히 기관장들의 절반 이상이 여전히 수도권에 주소를 두고 있다는 점은 공공기관 이전이 지역사회에 뿌리내리기보다는 ‘잠시 머물다 가는 정거장'' 정도로 치부되고 있음을 드러낸다.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은 단순한 건물의 이동이 아니다. 수도권 집중 현상을 해소하고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국토의 균형 발전을 이루겠다는 국가적 대계다. 하지만 이번 보고서에 나타난 강원혁신도시의 실상은 ‘몸은 지역에 있으나 마음은 서울에 있는'' 불완전한 정착의 전형을 보여준다. 기관당 평균 35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셔틀버스를 운영했다는 것은, 직원들이 지역에 거주하며 소비하고 문화를 향유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한 것이나 다름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솔선수범해야 할 기관장들의 행태다. 대한적십자사, 한국관광공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주요 기관의 수장들이 정작 주소지를 이전하지 않았다는 점은 주민들에게 배신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수장이 지역에 애착을 갖지 않는데 하급 직원들에게 지역 정착을 독려할 명분이 서겠나. 이는 이전 공공기관이 가져야 할 사회적 책임감을 망각한 처사다. 지표상으로 확인된 강원혁신도시의 성적표도 낙제점에 가깝다. 이주율은 71.8%로 전국 평균 수준이라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미혼 독신 가구를 포함한 수치여서 가족 단위의 실질적 정착과는 거리가 멀다. 무엇보다 지역인재 육성 사업비 집행률이 36.5%에 불과하고, 유관기관 협력 사업비 집행률이 연도별로 극심한 편차를 보인다는 점은 공공기관과 지역사회 간의 유기적 결합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방증한다.

원주시의 GRDP가 일부 상승했다고는 하나, 그것이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실질적 낙수효과인지 아니면 단지 지가 인상 등에 따른 착시 현상인지는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 이제라도 ‘반쪽짜리 혁신도시''를 바로잡아야 한다. 우선, 셔틀버스 운행 중단 결정이 단순히 예산 절감 차원을 넘어 직원들의 지역 내 실거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주 여건 개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교육, 의료, 문화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셔틀버스가 끊겨도 ‘주말 부부''나 ‘장거리 자차 출퇴근''이라는 변칙적 형태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정부와 지자체 역시 공공기관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지역인재 채용과 지역 협력 사업 집행률을 기관 평가의 핵심 지표로 삼고, 지역 발전에 기여하지 않는 기관에는 강력한 페널티를 부여해야 한다. 기관장들의 지역 내 실거주는 선택이 아닌 의무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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