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문화원에서는 매년 5월 평창군 관내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경로효친 백일장 및 사생대회를 개최한다. 올해도 지난 5월 8일 어버이날 느티나무와 미루나무 그리고 온갖 꽃이 피어 아름다운 평창읍 자연석바위공원 일원에서 300여 명의 학생이 참가한 가운데 제33회 행사를 개최했다.
점차 잊히는 경로효친 사상에 대해 되짚어보고 청소년과 어린이들이 교실을 벗어나 싱그러운 공기를 마시며 현장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개최하는 행사다.
원고지 사용하는 방법을 제대로 구사하는 학생은 많지 않다. 그러기에 시대의 흐름을 따라 원고지 사용법을 심사 기준에 반영하지는 않는다. 풍경화를 그리는 학생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본인이 그리고자 하는 부분을 사진으로 찍은 후 그 장면을 도화지에 옮긴다. 시대가 제공하는 기술을 맘껏 활용하는 모습이 장하다.
디지털 시대 자본주의와 핵가족은 물론, 외 가족의 현실에 대면해 느림의 미학은 점차 사라진다. 빨리 빨리나 편리함을 추구하는 홍수 속에서 우리는 어떤 문화에 길들여지고 있는가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볼 이유가 있다.
디지털이 그려내는 문화의 지형은 오늘날 우리에게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문화의 황금기를 열어준다. 한 번의 터치로 세계의 미술관을 관람하고, 지구촌에서 열리는 공연을 실시간으로 감상할 수 있으며, 개개인의 취향을 완벽하게 분석한 음악 목록을 배달하는 알고리즘 등 OTT(Over The Top) 서비스는 방대한 콘텐츠의 바다로 우리를 안내하지만, 문화적 선택지가 넓어질수록 우리의 감각은 점차 무뎌지는 역설적 현상을 통감한다.
디지털 기술은 급속한 변화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이나 문화 소비의 문턱을 낮춰줬지만, 효율성을 중시하는 스낵 컬처(Snack Culture)의 확산은 깊이 있는 성찰보다는 즉각적인 자극에 더욱 집중하게 만든다.
몇 초짜리 짧은 영상으로 예술을 접하며, 우리는 그 작품이 품고 있는 맥락과 작가의 고뇌를 읽어낼 시간을 잃어버린다. 이는 그저 파편화된 경험에 불과하다. 그리고 취향에 맞는 것만 추천해주는 시스템은 우리를 ‘확증 편향’의 세계로 이끌어 알고리즘 감옥의 굴레에 가두는 경향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낯선 장르나 이질적인 문화가 주는 신선한 충격 대신, 익숙하고 편안함을 추구하게 되는 것이다. 문화의 본질에 대해, 또 그 본질을 찾기 위해 공간과 시간을 회복해야 함은 현대를 사는 우리 모두가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과제다. 진정한 문화적 경험은 단순히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그 대상과 우리가 보이지 않게 연결되는 과정의 가치를 되찾아야 한다.
픽셀을 계산하며 감상해야 하는 화면의 의존보다는 땀방울이 튀는 현장에서 서로가 공감대를 형성하며 지르는 환호와 무한 감동을 공유하며 즐기는 공연, 전시한 작품을 눈앞에서 감상하며 느낄 수 있는 캔버스의 질감과 후각을 자극하는 소재 특유의 향기 등은 대체 불가능한 생동감이며, 현장성이 주는 무한한 문화 예술의 공간에서만이 가능한 문화 소비의 방식이다. 활자로 인쇄한 한 권의 책을 끝까지 읽어내는 인내와 한 장의 앨범을 전곡 재생하며 의도적인 느림을 체험해보자. 이러한 몰입은 우리 내면의 근육을 키워주는 문화적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는 단순히 소비하는 상품이 아니라, 우리 삶을 비추는 거울이자 서로가 함께 소통하는 언어이며, 매 순간 쌓여 이루는 역사 문화의 조각이다. 디지털 시대 IT 기술이 제공하는 편리함은 누구나 마음껏 누려도 좋지만, 그 편리함에 익숙해져 우리의 생각까지 대신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끔은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목록을 잠시 접어두고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낯선 골목의 작은 서점이나 이름 모를 전시회를 찾아가 보는 건 어떨까. 그곳에서 만나는 우연한 발견이야말로 메마른 일상이나 갈급한 영혼을 적시는 진정한 문화의 힘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