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중언

[언중언] 외식 물가

읽어주는 뉴스

◇일러스트=조남원 기자

 

조선 후기 실학자 연암 박지원은 ‘허생전’에서 장안의 물가를 쥐락펴락하는 장사꾼의 욕망을 풍자했다. 쌀값이 오르면 민심이 흔들리고, 장작값이 뛰면 백성의 한숨이 길어진다고 했다. 시대가 달라도 밥상은 가장 먼저 세상의 풍향을 드러낸다. 요즘 거리 식당의 메뉴판은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수시로 가격표를 갈아 끼운다. 최근 삼계탕 한 그릇 값이 2만원을 넘본다는 소식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복날이면 땀 흘리며 찾던 서민 보양식이 어느새 ‘마음먹고 먹어야 하는 음식’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뜻이다. 짜장면 한 그릇 7,000원 시대 역시 마찬가지다. 한때 졸업식 날 온 가족이 함께 나누던 음식이 이제는 배달앱 할인쿠폰을 먼저 확인해야 하는 메뉴가 됐다. ▼“곡식이 귀하면 예의가 사라진다”는 말은 곳간의 의미를 넘어 삶의 여유를 뜻한다. 그러나 지금 자영업자의 곳간도, 소비자의 지갑도 동시에 메말라가고 있다. 닭값은 AI 여파로 뛰었고 수삼 가격도 치솟았다. 가스비와 전기료, 인건비까지 줄줄이 인상돼 식당 주인들은 하루하루가 줄타기다.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적자를 버티기 어렵고, 올리자니 손님 발길이 끊긴다. ▼외식은 이미 한국 사회의 생활 인프라가 됐다. 맞벌이 가정과 1인 가구, 고령층에게 식당은 부엌의 연장선이다. 그런데 한 끼 가격이 1만원을 훌쩍 넘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제일 먼저 ‘밖에서 먹는 일’을 줄인다. 골목상권은 얼어붙고 소비는 움츠러든다. 예부터 민심은 밥상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그래서 “백성은 먹는 것을 하늘로 삼는다(民以食爲天)”고 했다. ▼외식물가는 지금 우리 사회의 체온계다. 평범한 한 끼를 두고 망설이게 되는 순간, 서민의 삶은 이미 팍팍해졌다는 신호다. 복날 삼계탕 가격 앞에서 지갑을 열까 말까 고민하는 시민과, 손님 눈치를 보며 가격표를 붙이는 자영업자의 불안은 결국 같은 뿌리에서 나온다. 언젠가 “짜장면 한 그릇쯤이야” 하며 웃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사람들은 음식값보다, 그렇게 웃을 수 없는 세상을 더 서글퍼하는지 모른다.

권혁순논설주간·hsgweon@

라이프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