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세월을 연극 무대에서 보낸 베테랑 최지순 배우가 단편 영화 ‘갱신’을 통해 생애 첫 스크린 데뷔에 나섰다. 영화는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아내를 돌보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반드시 운전면허를 갱신해야만 하는 80대 원로 시인 ‘인국’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전상국 소설가의 에피소드를 모티브로 했다고 한다.
여든을 훌쩍 넘긴 나이에 처음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는 최지순 배우를 만나 영화와 그의 연기 인생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최지순 배우가 이번 영화의 주연 제의를 흔쾌히 수락한 결정적 이유는 주인공 ‘인국’의 삶이 실제 자신의 삶과 놀랍도록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최 배우 역시 주변에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지인이 있어 돌봄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또 80세 이상의 고령 운전자로서 3년마다 치매 검사와 고령 운전자 교육 등 갱신하고 있는 본인의 팍팍한 현실이 영화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는 “지난 4월 말 처음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주인공 역할이 내 실제 나이대와 같고 실제 생활과도 비슷한 점이 무척 많아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이처럼 배우의 실제 삶과 맞닿아 있는 영화 ‘갱신’은 단순한 노년의 일상을 넘어 현시대의 인간성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 메가폰을 잡은 윤나래 감독은 주인공이 까다로운 검사를 거쳐 면허를 갱신하는 과정에 대해 “단순한 자격증 취득을 넘어 ‘아직 내가 인간으로서 기능하고 쓸모가 있구나’를 확인하는 최소한의 인간 기능 자격증일 수 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윤 감독은 이어 “효율을 중시하는 AI 시대에 신체적 능력이 점점 퇴화해 가는 노인들이 스스로의 인간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한 영화”라며, 극 중 AI와의 시 창작 대결을 통해 우리가 왜 예술을 하고 아파해야 하는지 영화가 가진 진정한 의미를 강조했다.
이렇듯 묵직한 주제를 담은 현장에서,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연극 무대를 호령했던 최 배우에게도 첫 영화 촬영은 낯설고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는 “연극은 2~3개월의 연습을 거쳐 무대 위에서 온전히 펼쳐내는 ‘배우의 예술’인 반면, 영화는 한 장면을 위해 하루 종일 여러 번 반복해서 촬영하는 ‘감독의 예술’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며 두 장르의 확연한 차이를 설명했다.
평생을 바친 무대와 다른 시스템 속에서도 그는 “영화는 처음 하는 사람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스태프들의 도움을 받으며 열심히 임했다”고 소회를 전했다.
이번 영화에서 최 배우는 강원도재활병원, 소양1교, 전상국 문학의 뜰 등 춘천 곳곳을 누비며 아내를 향한 헌신과 고령자가 겪는 현실을 섬세하게 연기했다. 강원영상위원회의 제작 지원을 받아 약 20분 분량의 단편 영화로 완성될 예정인 이 작품은, 편집 등 후반 작업을 거쳐 내년 초 전주국제영화제를 비롯한 국내외 다양한 영화제에서 관객들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