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을 시작으로 역대 정부는 한반도를 유라시아와 연결하기 위한 북방경제 협력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그러나 대통령 단임제에 따른 정책 연속성 부족, 남북관계 불안정, 유라시아 국가 발전전략과의 연계 미흡 등으로 우리의 북방경제 협력 전략은 구상과 선언을 넘어서지 못했다. 우리의 북방경제 협력 전략이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사이, 중국·몽골·러시아 3국은 2016년 각국의 대외전략인 실크로드 경제벨트, 초원의 길, 유라시아경제연합(EAEU)을 연계한 경제회랑 건설에 합의했다. 아울러 유라시아 지역경제통합을 위한 정상회의체도 가동하고 있다. 이 지역은 우리의 북방경제 협력의 핵심 공간이자 한국·중국·러시아·몽골이 참여하는 GTI (광역두만강개발계획)의 중심 지역이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북방경제 협력을 실질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이 지역과의 협력 네트워크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중·러 정상은 두만강 하류 통항 협력과 GTI 틀 안에서의 동북아 경제협력 심화, GTI 국제기구 전환 추진에 잇달아 합의했다. 2025년 12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GTI 총회에서는 국제기구 전환을 위한 워킹그룹 설립도 결정했다. 우리 정부도 이에 발맞춰 북방경제 협력 재가동에 나서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금년 1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서울~베이징 고속철도 연결과 북한의 GTI 참여 필요성을 제기하며 북방경제 협력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회원국 정상들은 GTI의 국제기구 전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회원국 간 권한 배분과 재원 조달, 의사결정 구조 정비, 정치·경제 체제 조정 등을 수반하는 복합적 과제이다. 이러한 구조적 난제는 현재 차관급 협력체 수준인 워킹그룹의 권한과 기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정상급의 정치적 의지와 결단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우리가 모처럼 찾아온 북방경제 협력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올해 11 월 중국 선전에서 개최되는 APEC 정상회의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경의선 연결이 어려운 현실을 감안할 때, 한·중 및 한·러 정상회담에서는 동해북부선-TSR(시베리아횡단철도)-TCR(중국횡단철도) 연계 교통·물류 협력을 우선 의제로 논의해야 한다. 아울러 GTI 틀 안에서의 동북아 경제협력 심화, 국제기구 전환 필요성을 재확인하고, GTI 국제기구 전환 가속화와 중·몽·러 경제회랑-한반도 경제벨트 연계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협의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뒷받침된다면 GTI 국제기구 전환은 물론 한반도 철도와 유라시아 철도 연결을 촉진하고, 나아가 북방경제 협력에 새로운 동력을 제공할 것이다. 이러한 국가전략을 현실화하기 위한 국내 거점이 바로 강원특별자치도다.
민선 9기 우상호 강원도정이 제시한 ‘대한민국 북방경제 중심’ 비전은 단순한 지역개발 정책이 아니라 국가 북방경제 협력 전략의 핵심 축이 될 수 있다. 강원도는 북방경제 협력의 관문이라는 지정학적 강점과 국제교류 기반을 바탕으로 동해북부선-TSR-TCR 연계사업이 GTI 핵심 의제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역 역량 결집과 협력 네트워크 구축에 나서야 한다. 아울러 동해안-러시아 극동항만 협력, 북극항로 연계, 남북 관광 재개, 두만강 권역 지방정부 협력 네트워크 구축 등을 통해 북방경제의 실질적 거점이자 플랫폼으로 발전해야 한다. 특히 2028년 GTI 총회 유치와 함께, 동북아 경제협력의 상징이었던 GTI 국제박람회를 부활시켜 강원도를 동북아 교통·물류, 무역·투자, 관광 협력의 중심지로 도약시켜야 한다. 북방경제 협력은 더 이상 미래의 구상이 아니다. 준비는 끝났다. 실행만 남았다. 지금이 바로 그 적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