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이제 강원도정은 승패의 시간을 넘어 통합과 미래의 시간으로 진입해야 한다. 그 첫 출발점으로 우상호 강원도지사 당선자께 정파를 초월한 결단을 간곡히 요청드린다. 바로 춘천 중도 역사유적지 복원 문제를 인수위원회 핵심 의제로 설정하는 일이다.
중도 문제는 오랫동안 춘천과 강원 정치의 아픈 숙제였다. 개발 논리와 보존 요구가 충돌했고, 행정 책임과 정치적 공방이 뒤섞였다. 그 과정에서 정작 가장 중요한 본질, 즉 중도가 지닌 역사적 가치와 춘천의 정체성은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였다. 그러나 중도는 단순한 지역 현안이 아니다. 춘천의 뿌리이자 강원의 역사적 자존심이며, 한반도 선사문화의 깊이를 증명하는 인류의 귀중한 유산이다.
영국의 스톤헨지가 문명의 신비를 상징하고, 페루의 마추픽추가 사라진 문명의 위대함으로 세계인을 모으듯, 중도 역시 제대로 보존하고 복원한다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역사문화유산이 될 잠재력이 충분하다.
수천 년 전 이 땅에 살았던 선조들의 삶과 공동체, 무덤과 주거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음에도 우리는 그 가치를 너무 가볍게 다루어 왔다.
역설적으로 우상호 당선자야말로 이 얽힌 실타래를 풀 수 있는 가장 객관적인 위치에 있다. 우 당선자는 중도 논란의 직접 당사자가 아니며, 기존 행정 책임선상에서도 비껴나 있다. 과거의 이해관계나 책임 공방에서 비교적 자유롭기에, 오직 미래와 가치만을 바라보며 문제를 정면 돌파할 수 있는 적임자다.
이제 중도는 누구를 탓하기 위한 의제나 특정 정당의 구호로 소비되어서는 안 된다. 우 당선자가 인수위 첫 과제로 중도 문제를 의제화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문화재 정책을 넘어설 것이다. “새 도정은 과거의 갈등을 미래로 바꾸겠다”, “정파를 넘어 역사 앞에서 책임지는 도정을 만들겠다”는 강력한 통합의 메시지가 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인수위는 즉시 네 가지 과제를 검토해야 한다. 첫째, 중도 역사유적지 현황에 대한 객관적이고 전면적인 재점검이다. 남아 있는 유적은 무엇인지, 보존 상태는 어떠한지, 복원 가능한 영역은 어디인지 객관적으로 조사해야 한다. 둘째, 역사·고고학자, 시민단체, 춘천시민과 지자체가 모두 참여하는 ‘중도 복원 범도민 논의기구’ 구성이다. 셋째, 단기 대책부터 장기 역사문화공원화 전략까지 아우르는 단계적 보존·복원 로드맵 수립이다. 단기 보존 대책, 중기 복원 계획, 장기 역사문화공원화 전략을 세워야 한다. 넷째, 중앙정부와 국가유산 당국의 책임 있는 지원을 이끌어낼 공조 체계 구축이다. 중도는 춘천만의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 선사문화와 역사유산의 문제인 만큼 강원도정이 앞장서고 중앙정부가 책임 있게 지원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중도 복원은 과거로의 퇴행이 아니라, 춘천의 미래를 더 깊고 넓게 만들자는 제안이다. 뿌리 없는 개발은 결국 소비되고 사라지지만,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도시는 세대를 넘어 사랑받는다.
중도는 역사와 관광, 교육과 생태가 어우러지는 새로운 춘천의 미래 자산이다. 제대로 복원하고 세계에 알린다면, 중도는 춘천을 단순한 호반도시가 아니라 대한민국 대표 역사문화도시로 격상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선거는 끝났지만 역사는 계속된다. 정치는 지나가지만 중도는 남고, 개발은 낡을 수 있지만 역사는 늙지 않는다. 중도를 아픈 논란으로 남길 것인가, 세계가 주목하는 유산으로 되살릴 것인가. 그 역사적 선택의 첫 단추가 이번 인수위에서 올바르게 꿰어지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