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세계역사 문화기행](8)실크로드 이야기(중)

고도 사마르칸트 소재 레기스탄 광장의 이슬람 신학교 메드레세

 -'사막의 오아시스' 이슬람 문화 꽃 피우다

 ◆우즈벡 사마르칸트

 지도를 보고 당나라의 수도였던 장안(오늘날 서안)에서 비잔틴제국의 수도였던 콘스탄티노플(오늘날 이스탄불)까지 천산남로 실크로드를 따라 가다가 보면 한 중간에 사마르칸트(Samarkand)라는 도시가 있다. 이 도시는 인근의 부하라(Bukhara)와 함께 실크로드의 핵이라 할 수 있는 사막의 오아시스 도시이다. 오늘날 우즈베키스탄 제2도시이며 옛 티무르제국의 수도였던 사마르칸트에는 이슬람 문화와 실크로드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칭기즈칸의 정벌

 상인들이 벌렸던 장터(바자르)는 천 년이 흐른 지금까지 성시를 이룬다. 1219년 징키스칸이 몸소 이 도시를 정복하고 중앙아시아의 우르겐치(Urgench)에 있는 호레즘(Khorezm)왕국(현 우즈베키스탄의 호레즘 주)과 바그다드의 압바스 왕조를 평정하였으며 내친김에 그의 손자 바투는 남부러시아와 모스크바 폴란드까지 원정하여 240여 년간 러시아를 지배한 통로가 되기도 하였다.

 #티무르 제국의 부흥

 사마르칸트는 몽고군에 의해 크게 파괴되었으나 15세기말 이 지역을 석권했던 티무르 제국에 의해 복원되었다. 티무르는 1336년 샤흐리샤브즈(오늘날 우즈벡 남부지방) 귀족집안 출생으로 그의 가계는 칭기즈칸에 이어진다고 전해진다. 그는 성격이 대담하고 용맹하여 강한 군대로 전 중앙아시아와 이란, 남부러시아 아프가니스탄 북인도까지 영토를 넓혔으며 몽고군이 불사른 이슬람 사원들을 복원하여 이슬람 문화의 꽃을 피웠다. 그의 6대 후손인 바부르(Babur 1483-1530)는 인도에 내려가 이슬람 무굴제국(1526-1858)을 건설하였으며 무굴제국은 인도가 근세에 영국에 합병될 때까지 3백여 년간을 이어갔다.

인도의 아그라(Agra)에 있는 세계적 관관명소인 이슬람사원 타지마할은 무굴제국 5대왕인 샤 자한이 황후의 무덤으로 건축한 것이다. 인도의 역사를 문헌에서 찾다보면 일단의 무슬림들이 북쪽의 중앙아시아로부터 내려와 인도에 이슬람 왕국을 세웠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들 북쪽에서 왔다는 무슬림 무리들이 바로 티무르의 후손 바부르 세력들인 것이다. 우즈벡 사람들은 지금도 인접 아프가니스탄이나 인도를 자기 조상들이 다스리던 나라라는 역사적 인식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어 민족적 자부심이 크다.

 러시아와 소련의 그늘 속에 묻혔든 티무르제국의 역사는 1991년 소연방의 해체와 더불어 우즈베키스탄이 독립국가로 다시 태어나면서 복원되고 있으며 그들은 또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로의 길을 열심히 가고 있다. 연이나 이 나라에는 23만이나 되는 한인 동포들이 살고 있다. 자신들을 고려인이라고 부르는 이들은 1863년 이래 두만강을 건너 연해주에 정착했던 한인들로서 1937년 스탈린의 강제 이주로 이곳 중앙아시아 일대에 실려와 정착한 사람들이다. 기록에 의하면 당시 강제 이주된 한인은 18만 명에 달하였다. 이들은 오늘날 46만 명으로 늘었으며 러시아 전역에 흩어져 사는 11만 명 외에 대부분이 중앙아시아에 살고 있다. 낯선 땅에 버려져서 지난 70년을 살아온 이들 한인들은 대부분 어려운 환경에 살면서 그들의 인생유전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실크로드의 한 가운데 원하든 원치 않던 우리 한인들이 살고 있다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다시 열리는 파미르고원

 15세기 이후 인도양 항로가 트이면서 쇠퇴하기 시작한 실크로드는 근세에 와서 소련 중공 땅에 막혀 버리면서 단절되었었다. 1991년 소련이 붕괴한 후 바다를 갖지 못한 중앙아시아 나라들은 실크로드 복원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도 개방하면서 마찬가지다. 우즈베키스탄 키르키츠스탄 중국 3국 정부는 공동으로 천산 남로 파미르 고원을 지나는 실크로드를 복원 중에 있다. 키르키츠스탄의 오쉬(Osh)로부터 파미르고원의 싸리타쉬(Sari Tash)를 거쳐 중국 신장 서부 카쉬가르(Kashgar)에 이르는 약 900km의 이 도로는 4차선 준 고속도로로 복원 중인데 이 길이 완성되면 중국은 물론 한국의 상품들이 컨테이너 트럭으로 옛 실크로드를 따라 유럽에 갈 수 있다.

 미국의 로스엔젤리스에서 뉴욕까지 대략 3천 마일을 컨테이너 트럭이 24시간 달려 3~4일 걸린다. 몇 나라의 국경을 통과하는 문제와 중국 내륙도로의 사정이 있기는 하겠지만 아마도 서울에서 유럽까지는 2주일이면 족하지 않겠나 생각된다. 해상 34일, 시베리아 횡단철도 20일보다는 훨씬 경제적일 것이다.

 천산북로 실크로드는 이미 사용되고 있다. 1997년 우즈베키스탄에 대우자동차가 지어준 년산 20만대 규모의 대우차 조립공장의 부품들이 중국대륙을 기차로 횡단하여 1992년부터 개통된 우루무치-카자흐스탄의 두루즈바-타쉬켄트 노선을 이용하고 있다. 이 구간은 중국과 소련이 국경연결의 편의성을 위하여 1985년 건설되었으나 사용이 중단되었었다. 중국의 동해안 항구 렌윈에서 카자흐스탄 국경까지 철로는 4128km이다. 경의선이 연결되면 서해를 건너는 불편을 덜 수 있을 것이다.

 하늘 실크로드는 이미 열렸다. 대한항공 아시아나 루프트한자 등 서울과 유럽을 잇는 항공화물기들이 옛날에는 알라스카를 경유하여 북극으로 오고 갔지만 최근까지 주 26편 중앙아시아의 타쉬켄트 공항을 경유하여 날랐다. 협상자간의 이해관계로 지금은 시베리아 항로를 이용하고 있지만 화물기들이 중앙아시아에 기착하여 재급유를 하면 비행시간을 크게 줄이고 경비를 절약할 수 있다. 항공 화물기들이 중앙아시아 상공으로 동서를 나르는 것은 옛 실크로드의 하늘을 나르는 것이다.

 최영하·본보 독자위원장·前 우즈벡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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