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세계역사 문화기행](9)실크로드 이야기(하)

블라디보스토크~모스크바 시베리아 횡단 열차 '러시아 호'

 -시베리아 횡단철도
 -한반도 꿈 실어나르는 '희망 철도길' 열리길…

 남북의 정상들이 만났던 때를 전후하여 철의 실크로드 얘기가 많이 들린 적이 있다. 실크로드란 비단길이라는 옛말에서 유래하지만 요즈음 말로는 ‘물류’라는 경제용어가 될 것이다. 수출 수입하는 물건들이 흐르는 길이며 도중의 시장 어디서나 물건을 풀어 사고 팔며 그 지방의 원자재들을 운송하여 가공도 하고 넘기기도 하는 종합적인 상행위가 이루어지는 벨트개념일 것이다.

 자원이 없는 한국의 경우는 이러한 물류에 주로 의존하여 먹고 사는 나라이므로 원자재를 사다가 가공하여 이윤을 남겨 해외시장에 팔아야 하니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경제적 실크로드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 하늘이나 바닷길을 이용해야 하는 아메리카 대륙이나 대양주와는 달리 유라시아 대륙은 하나의 대륙으로 붙어 있어 육상으로 달릴 수 있으니 철길이 나을 수도 있다.

 한국에서 유럽에 이르는 철길은 중국을 횡단하는 TCR, 중국과 몽고를 거치는 TCMR, 그리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TSR로 요약된다.

 이중 러시아가 적극 나서는 TSR이 주목을 받고 있다. 1916년에 완성된 TSR은 1937년에 복선 전철화 되었으며 유라시아 대륙의 동맥으로 물류에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 소련은 1970년대 초반에 이를 상업화하여 일본은 블라디보스토크 군항에서 약간 떨어진 보스토니치에 컨테이너항을 건설하고 유럽으로 가는 화물을 TSR로 수송해 왔다.

 한국도 소련시절인 1973년부터 TSR을 이용해 왔으며 지금도 유럽으로 가는 물량의 10% 정도가 이 노선을 이용하고 있다. 말하자면 상업 철도로서 검증이 된 셈이니 중국이나 몽고를 거치는 철도보다는 실용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철의 실크로드

 철의 실크로드는 없었던 게 새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백 년 동안이나 존재해 왔다. 기존의 철의 실크로드에 우리 철도를 연결하자는 것이다. 다만 그 한쪽 끝이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 인데 이번에 한반도 종단철도(TKR)와 연결하여 극동의 종착지를 부산으로 연장하자는 것이다. 이때는 남북한의 단절된 철도를 연결하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남북 당국자들이 협상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 사업은 당사국들인 러시아 한국 북한에 큰 이해관계가 깔려 있다.

 먼저 러시아는 두만강에서 한 러 철도를 연결하는데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물론 남북 철도의 연결이 선결조건이다. 그들에게는 이 사업들이 정치 경제 국제적으로 얻을게 많은 계산이 있다. 시베리아 극동지방 사람들은 모스크바 중앙정부에 대해 자원은 수탈해가면서 가난하게 살도록 방치하고 있다는 불만을 늘 표시해 왔다. 모스크바는 이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느껴왔었는데 한 러 철도가 연결되면 넘치는 한국 경제의 물꼬가 시베리아와 극동으로 흐르게 되고 낙후된 지역경제를 끌어올려 정치적 부담도 덜고 경제도 일으킬 수 있다는 욕심이 있어왔다.

 필자는 소련 붕괴직후 모스크바에 근무할 때부터 러시아 관리들이 러시아는 다른 강대국들과는 달리 한반도의 통일을 진정으로 원한다고 하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이는 한반도가 통일이 되어야 가운데 끼어 있는 북한이란 장애물이 없어지고 한국 경제가 극동과 시베리아에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치 경제적 이유 뿐 아니라 러시아는 남북철도를 잇게 함으로써 한반도 평화안정에 한몫을 했다는 국제사회의 평가를 받을 수까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도 북한의 철도를 현대화하는데 어떤 형태로든 일조를 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한국은 한 러 철도의 연결보다는 남북철도 연결이라는 정치적 목적에 사업의 초점을 두고 있다. 이는 반세기동안 잘렸던 한반도의 허리를 잇는다는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며 군사적 대결의 상징이었던 DMZ를 열어서 한반도에서 전쟁 위협을 제거한다는 평화의 메시지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한-러 철도연결의 명암

 또한 장기적으로는 북한을 개방시켜 통일로 간다는 국민적 여망을 담고 있다. 물론 한국 기업들이 북한에 투자를 늘리고 물류를 늘린다는 경제적 실익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부산-동해-보스토니치-TSR의 해상운송보다 부산-원산-나진-보스토니치-TSR의 육상 철로운송이 물류의 용량을 크게 늘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 역시 북한 철도를 현대화하는데 주도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경제적 부담을 안고 있다.

 북한은 개방을 꺼리면서도 낙후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북한이 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체제유지에 부담을 주는 개방의 모험을 어떻게 소화할 것인지는 주목할 만한 일이다.

 한때 관심을 모았던 홍콩 식 자본주의를 도입하겠다는 신의주 특구도 남북철도연결과 모두 포괄적으로 구상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경제개발을 위해서는 철도 도로와 같은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가 최우선이다. 철도의 현대화에 소요되는 엄청난 재원을 이 기회에 외부로부터 지원 받고자 할 의도가 있다. 몇년 전에 김정일이 푸틴과 만난 블라지보스토크 북 러 정상회담 시 러시아의 푸틴은 남북철도의 연결을 강력히 요청하였으며 북한 측이 전례 없이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것은 이처럼 남과 북, 그리고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실크로드는 경제이다. 그리고 실크로드는 문화를 실어 나른다. 남북철도가 연결되고 한 러 철도가 연결되면 남북이 함께 번성하여 통일의 기반을 다지고 러시아가 더욱 우리에게 가까운 선린의 이웃으로 다가올 것이다. 철의 실크로드는 언젠가는 열려야 할 길이며 분명 우리 모두에게 희망을 주는 길이 될 것이다.

 최영하·본보 독자위원장·前우즈벡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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