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新 강원기행]<13> 강릉시 옥계면 산계 1, 2, 3리 ‘쌍계산천마을’

고향의 맛 ‘가루된장’, 마을의 첫 꿈을 이뤘습니다

산계2리의 (주)대관령식품이 개발한 가루된장은 특허 출원해 경쟁력을 높이는 등 지역 대표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강릉시 옥계면 산계 1,2,3리(쌍계산천마을)는 옥계면 내에서도 가장 ‘가난한’ 마을이었다.

이 마을의 명소라는 산계석화동굴로 이동하기 위해 20여분 걸리는 산행길에 오르려 했지만 결국 포기했다.

더운 날씨에는 독사가 종종 출몰하기 때문에 긴 막대기를 들고 길을 나서라는 한 주민의 말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같은 미개발 지역이지만 인정많고 작은 것도 함께 나누는 곳.

강릉 산계1,2,3리가 올해 마을 재도약을 목표로 공동 혁신추진단(단장:전일휴)을 구성했다.

마을 이름은 1750년대 쌍계리로 불렸던 마을정신을 되살려 ‘쌍계산천마을’로 정하고 농촌이미지 개선 및 농촌마을 경제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 3월 선진 농촌을 만들기 위해 ‘새농어촌건설운동 다짐실천결의대회’를 열고 농촌체험관광을 접목시킨 관광지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었다.

‘선진농촌 젊은농촌’을 모토로 공동 발전을 위해 마을을 가꾸고 있는 쌍계산천마을을 찾았다.

옥계면에서 가장 가난 140가구 303명 조촐

‘산계석화동굴’ 명소 풍부한 관광자원 재산

잘 사는 마을 만들기 주민들 팔 걷어붙여

>> 과거

태백산맥의 석병산(石屛山)과 자병산(紫屛山), 두 산을 기점으로 맑은 물이 양쪽에서 흐른다.

산계리는 이같은 지형 때문에 1750년대까지 쌍계리(雙溪里)로 불리다 1759년부터 산계리(山溪里)로 이름이 바뀌었다.

1915년 일본 임시 토지조사국에서 조사한 기록에는 조을들, 금단이골, 혀바위, 반바위, 원들, 구복실, 학림, 황지미골, 절골 등 동네에 136가구 623명이 거주했다고 실려있다.

석병산 일대는 1930년대까지 금광, 은광, 철광이 개발돼 많은 광부가 일을 했으며, 그 광부를 상대로 많은 상인이 몰려와 성시를 이뤘었다.

정확한 연도는 알 수 없지만 오래전 은광에서 사고가 일어나 1,000여명이 숨졌다는 ‘천패랭이’ 설화도 전해진다.

그 당시 은광 채굴 흔적으로 폐석이 아직까지도 많이 있다.

금광은 계속 운영됐지만 지하 깊숙한 채굴을 반복하다 결국 자원이 고갈되면서 적자로 바뀌었고 1991년 6월20일 결국 폐광됐다.

이 때 캐낸 철광은 일본인들이 채취한 이후 수송하지 못해 아직까지도 쌓여 있다.

산계리에는 흥곡서당, 가사골서당, 반암서당을 비롯해 수월정, 봉래정에서 고명극, 서하순 등이 학문을 가르쳐 유진근, 유진락, 배영근 등 한학자가 많이 배출됐다.

산계3리 고재열 집터에는 수월정터가 있다.

조선시대 한학자 고명극이 지은 정자가 있던 장소이다.

고명극은 이곳에 수월정(水月亭)을 짓고 찾아온 선비들과 글을 읽으며 마을 사람들에게 한문을 가르쳤다.

학문이 높고 효성이 지극했던 고명극은 서하순, 유진학과 함께 3학사(三學士) 또는 삼효자(三孝子)라고 불렸다.

>> 현재

고요함과 웅장함이 가득한 마을이다.

마을을 둘러보면 학림마을에는 봉장산이, 황지마을에는 덕달산이 각각 자리잡고 있어 장엄함마저 느끼게 한다.

현재 폐교인 산계초등학교 부근에 무응구리원이 있으며, 조월뜰에는 ㈜ 라파즈한라 시멘트공장이 있다.

6월 현재 쌍계산천마을의 가구수는 140가구 인구는 303명이다.

옥계면에서 가장 적은 인구수다.

이중 농사를 짓는 가구가 91호 비농가가 49호이다.

옥계동굴, 영밑동굴, 황지미동굴, 가사골동굴을 비롯한 석회암지대 특유의 아름다운 천연동굴이 있고, 사일거사 심래조가 무릉도원이라고 여겼던 황지미골에는 방도계의 글씨가 아직 남아있다.

절골 산계암 절터에는 풍류에 시달린 돌탑이 외로이 서 있고, 종선각에 있는 산계금옥방역사적비는 문화재로 지정됐다.

마을 주민들은 이같은 천혜의 관광자원을 되살리고 농업의 고소득화를 추진하기 위해 올해부터 팔을 걷어붙이고 마을살리기에 나섰다.

무엇보다 쌍계산천마을 농촌사업위원회에는 젊고 유능한 일꾼이 많다는 게 장점이다.

마을 발전을 위해 손병권,우호근,유병용 부위원장과 이연재부녀회장 박원길사무국장 손월열 배선훈 허선행 총무 등이 고향을 든든히 지키고 가꿔가고 있다.

이중 구 산계초교 부지에 위치한 (주)대관령식품은 가루 된장을 개발해 특허 출원해 경쟁력을 높이는 등 지역 대표상품으로 자리잡았다.

대관령식품은 2004년부터 재래식 방법으로 토속된장과 간장을 생산하기 시작해 지난해 9월 된장을 가루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가루된장은 뜨거운 물만 부으면 된장국이 되는 웰빙식품으로 마늘과 파, 양파, 달래를 건조해 만든 자연조미료를 첨가, 양념을 별도로 준비할 필요가 없어 매우 편리하다는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학보(주)대관령식품 대표는 “고향 어머니가 재래식 방법으로 된장을 만들던 것을 사업으로 이어가기 위해 토속된장을 생산하게 됐고, 4년여 만에 가루 된장을 특허품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며 “고향의 청정농산물을 이용한 식품을 통해 잘사는 농촌마을로 탈바꿈하는데 주역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여기에 대관령식품과 연계해 폐광산굴을 이용한 묵은김치 젓갈류 복분자주 머루주 등이 시험단계에 있고 또 강릉시에서 지난해 10월5일 백두대간지원사업으로 주민 공동저온저장고를 준공, 운영중이다.

>> 미래

쌍계산천마을의 미래는 ‘두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달래 도라지 옥수수 산마늘 산더덕 두릅 인진쑥엿 콩 자연산송이 등 친환경농법으로 생산되는 모든 농산물이 첫째 자원이다.

둘째는 산계석화동굴을 비롯해 천연기념물인 굴참나무 선병산등산로 지방문화재인 종선각, 산계삼층석탑, 효자각 등 풍부한 관광자원이다.

쌍계산천마을 농촌사업위원회에서는 두 발전 요소의 적극적인 활용을 위해 벤처농업, 자원절약형농업, 관광농업, 지역농업종합개발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현재 관광객의 입장을 통제하고 있는 산계석화동굴의 관광지 개발을 위해 총력을 쏟고 있다.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정보화마을 조성이 시급하다는 판단 하에 자체적으로 마을 정보화, 리더육성 및 주민교육, 도농교류체험 등 주민교육센터를 만들어 운영중이다.

특히 쌍계산천마을 사이트를 개설해 신기술관련교육과 농업정보화교육 등 신지식농업을 전수하고 육성하고 있다.

마을에서는 매주 두차례 마을 자체적으로 정보화교육이 펼쳐지고 있다.

바쁜 농사일 등 지역 주민들의 생활여건을 감안해 저녁시간대에 실시해 주민들의 참여도를 높이는데 노력하고 있다.

또 월1회 대학교수 등 우수강사들을 초청해 ‘잘 사는 마을’로 가꿔가기 위한 강연회도 갖고 있다.

전일휴쌍계산천마을농촌사업위원장은 “한·미 FTA체결을 앞둔 시점에서 우리 농촌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 마을은 선진지 견학과 주민의식개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선진농촌으로의 발자국을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이어 “젊고 유능한 간부들이 타 농촌에 비해 많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이러한 장점을 적극 살려 젊고 투지넘치는 간부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로 쾌적한 농촌, 다시 찾고픈 아름다운 농촌을 만들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덧붙였다.

젊고 투지있는 임원진들과 천혜의 관광자원 그리고 전통 문화를 보존하고 계승 발전시키겠다는 의미다.

박원길농촌사업위원회사무장은 “사계절 볼거리 먹거리 쉴거리와 놀거리 살거리를 주민 스스로 개발해야 부농으로 거듭날 수 있다”며 “이러한 발굴을 통해 마을 소득증대사업에 기여하고 후손들에게도 꾸준히 계승 발전 시켜나갈 것”이라고 했다.

우호근산계1리 이장은 “현재 농어촌 관광체험마을 사업계획서와 녹색체험마을 사업계획 등이 심사·계류중이고 돌아오는 농촌, 젊음이 넘치는 농촌을 만들기 위해 정부에서 추진중인 농어촌 기반사업에도 적극 참여할 것”이라며 “지역 관광자원을 살리고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개발해 농촌 개발의 모범 지역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강릉=최영재기자 yj5000@kwnews.co.kr

사진=권태명기자 kwon80@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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