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춘천]연간 250만 찾는 춘천 남이섬, 정작 가평만 돈방석 앉아

지리적으로 가평이 훨씬 가까워

주변 닭갈비 업소만 20개 난립

방문객 대부분 경기도로 알아

관광객 통계만 늘 뿐 실익 전무

지역 상인 “손님 뺏긴다” 부글

마임축제 변경 반대도 이 때문

“광역화·도심 연계 필요” 제기

【춘천】지난 13일 남이섬 선착장 주변 주차장은 평일인데도 밀려드는 버스와 자가용들로 빼곡했다. 하루 평균 방문객 9,000명~1만명. 취재진은 이들 방문객에게 '춘천 남이섬'을 물었고, 10명 중 9명 정도는 어리둥절해하며 '경기도 가평 아니냐'는 반문을 해왔다.

한상철(53·의정부)씨 가족은 “의정부 집에서 출발할 때도 내비게이션에 가평을 목적지로 설정하고 왔다”고 했다. 차윤미(여·30·서울)씨도 “남이섬을 강원도 춘천으로 알고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고 했다. 남이섬은 과연 춘천의 관광지인가.

■겨울연가와 춘천 남이섬=춘천시 남산면 방하리 198번지 남이섬. 10여년 전 TV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지로 알려지고, 강우현이란 걸출한 CEO의 출현과 부단한 자기혁신 끝에 한 해 250만명이 찾는 국민관광지로 급성장했지만, 행정구역상 '춘천'일 뿐이지, 지역과의 동질감이 옅어지고 있다.

경기도와의 경계구역에 위치한 데다 가평 선착장 등 지리적 특성이 반영된 결과이지만, 이를 지역과 연계하려는 강원도나 춘천시 등 지자체의 노력 부족도 원인으로 꼽힌다.

2000년대 초반 남이섬이 급성장한 계기는 단연 '겨울연가'였다. 당시에는 남이섬뿐 아니라 춘천 명동과 춘천고 담벼락, 소양로 준상이네 집 등 춘천 도심이 한데 묶여 국내외 팬들을 끌어모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TV드라마나 영화에 소개돼 반짝 뜨는 '영상관광지'로서의 수명은 곧 주기를 다했다. 반면 남이섬은 다양한 노력과 변화로 복합관광지로 거듭났다.

남이섬 관광객이 급격히 늘자 섬으로 진입하는 선착장이 있는 가평 지역에는 자연스럽게 이들을 대상으로 한 민간시설물들이 대거 생겼고, 버스터미널이나 기차역 과 연결되는 교통 등도 발달했다. 경춘선 가평역은 현재 '남이섬, 자라섬'으로 병기 표기돼 있다.

■통계는 춘천시, 실익은 가평=하지만 '남이섬의 행정구역' 때문에 춘천시와 도 등 지자체의 관광통계에서 지자체에 유리하게 활용될 뿐, 실제 이익은 경기도 가평에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춘천시 관광객이 사상 처음 1,000만명을 돌파했지만, 이 중 25% 정도인 250만여명이 남이섬 통계였다. 외국인 관광객은 더 절대적이다.68만명의 90% 이상인 64만명이 남이섬 방문객이었다.

하지만 남이섬의 성장과 춘천지역 경제 활성화와 별반 상관관계가 없다 보니, 지역사회의 불만도 높아졌다.

외식업중앙회 시지부 관계자는 “남이섬 선착장 주변의 가평지역에 20개 안팎의 닭갈비, 막국수 업소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춘천으로의 음식관광 유입이 크게 줄어든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이들 대부분은 춘천 닭갈비 간판을 달고 있지만 맛 등에서 낮은 평가를 받으며 춘천 음식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 춘천 상인들의 불만이다. 취재 과정 중 만난 서은교(여·31·대구시)씨는 “남이섬을 가끔 오는데, 유명한 줄 알고 먹었던 닭갈비 때문에 실망스러웠던 기억이 있다”고 했다. 또 복선전철과 고속도로 개통 등으로 남이섬 방문객 대부분이 당일치기인 데다, 1박을 해도 대부분 가평 쪽의 숙박시설을 이용하고 있다.

■남이섬, 지역상권의 불만 팽배=사정이 이렇다보니 춘천시민들의 정서는 올초 마임축제의 장소 변경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축제위원회가 지난 3월 마임축제의 메인 프로그램인 '도깨비난장'과 '미친금요일'의 개최 장소를 남이섬으로 결정했을 때, 지역의 숙박, 음식점 등 상권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닥쳐 결국 번복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당시 일각에서는 같은 춘천인 남이섬에 대해 그렇게까지 지역상권의 반대 정서가 심한 데 대해 놀라워했다. 사실상 '춘천과 남이섬과의 결별'로도 표현될 정도였다.

이 같은 남이섬과 춘천지역사회의 간극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자체와 개별 관광지와의 협력을 확대하고, 도시관광, 여러 관광자원을 큰 밑그림 아래 엮어가는 '광역브랜딩'을 주문하고 있다.

이영주 강원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은 “춘천의 주요 관광은 주로 남이섬과 소양강댐 등 외곽에 입지해 있는데, 이를 도시관광으로 다변화하고 이를 묶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류재일·임재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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