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원포럼]도지사 관사, 도민 품으로!

강원특별자치도의회 박윤미 부의장

지난 2월, 강원특별자치는 전국 최초로 인공지능(AI) 기반의 공간정보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는 강원도정이 시대적 흐름과 요구에 발맞춰 나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시대적 흐름과 도민들의 요구에 역행하는 부분이 존재한다. 바로 도지사 관사의 운영 문제다.

도지사 관사는 도의 대표인 도지사가 거주함으로써 상징성을 갖는 시설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관사 운영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크게 바뀌었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4.9%가 지자체장의 관사 사용이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는 '필요하다'는 응답률 23.2%의 거의 세 배에 달하는 수치로, 주민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매우 크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다.관사가 불필요한 이유로는 절반 이상(50.5%)이 '운영 및 유지 경비가 지방 세금으로 충당되어서'라고 답했다. 즉, 주민들은 자신들이 낸 세금이 관사의 운영과 유지에 사용되는 것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또한 응답자의 19.6%는 '선출된 공직자가 주민 위에 군림하는 느낌'을 이유로 꼽았다. 이는 주민들이 공직자와의 평등한 소통을 원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응답자의 18%는 '관사가 지자체장의 재테크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 볼 때, 도지사 관사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도정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를 저해하고, 도정 운영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특히 강원자치도는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에서도 단체장 관사를 숙소로 운영하는 몇 안 되는 지역 중 하나다. 전국적으로 많은 지자체들이 이미 관사를 폐지하거나 주민들에게 개방하여 문화공간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부산은 관사를 숲 체험 정원과 공유 오피스, 카페 등으로 꾸며 시민들에게 돌려주었고, 전북 역시 소규모 문화 프로그램과 공연을 상시 운영하는 공간으로 전환했다. 경기도 역시 도민들과의 소통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강원자치도 내에서도 한 곳을 제외한 모든 시장·군수들은 이미 솔선수범하여 관사를 포기한 상태다. 오직 도지사 관사만이 예외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상황은 지방자치의 본질과 맞지 않는다. 더욱이 강원특별자치도로 전환되면서 더 높은 수준의 자율성과 책임성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도정 최고 책임자인 도지사가 먼저 모범을 보이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관사의 개방은 단순히 하나의 건물을 비우는 것이 아니다. 특권과 권위주의를 내려놓고 도민들과 함께 호흡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또한 관사를 민간에 개방하면 다양한 문화 행사나 복지시설로 활용하여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예컨대 소규모 전시회, 공연, 작은 결혼식이나 벼룩시장 등 지역사회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고, 청년 창업 지원 공간이나 공유 오피스 등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특히 최근 정부와 행정안전부는 지자체장 관사를 폐지하는 것을 적극 권고했다. 이러한 중앙정부의 정책 방향은 지방자치단체가 특권과 권위주의적 관행을 버리고 주민 중심의 열린 행정을 실현하라는 취지를 담고 있다.

따라서 강원특별자치도의 대표자인 도지사는 전국적인 흐름과 정책 기조에 발맞춰 임기 내에 관사를 민간 개방하고 도민들에게 돌려주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는 도정 운영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주민들과 더욱 가까운 곳에서 소통하며 협력하는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다.강원자치도가 진정한 의미에서 지방자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시대적 흐름과 주민들의 요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과감히 특권을 내려놓고 열린 행정을 실천해야 할 때다. 도지사의 현명한 판단과 빠른 결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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