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디어 재규어를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온 것 같았다. 라오레사 영감은 억수 같이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도 동굴에서 나와 도망가는 재규어의 발자국을 추적했다. 지코 소년도 또한 할아버지의 뒤를 따라갔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했다. 도망가는 재규어의 발자국이 이상했다. 아주 느렸고 비틀거리고 있었다. 재규어는 비틀거리면서 천천히 걸어가다가 힘이 빠진 듯 쓰러지기도 했다. 녀석은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나 걸어가기 시작했는데 걸어간다기보다 기어가고 있었다. “이상한데….” 라오레사 영감이 추적을 중단하고 조금 전에 나왔던 동굴로 되돌아갔다. 재규어는 전날 밤 그 동굴에서 밤을 보냈는데 그때 어떤 일이 일어난 것 같았다. 동굴은 꽤 넓었으며 10㎡쯤 되는 것 같았다. 입구는 좁았으나 안쪽으로 길게 뻗어 있었다. 안쪽에서 낙엽이 50㎝나 쌓여 있었는데 침수는 되지 않고 있었다. 라오레사 영감은 뒤따라오는 손자를 제지하고 안전하다고 보이는 곳에서 기다리도록 했다.
동굴 안쪽에 쌓여 있는 낙엽들이 위험했다. 남미대륙 팜파스의 위험이 거기에 있을 것 같았다. 동물학자들은 남미의 팜파스를 곤충들의 낙원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곳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종류와 가장 많은 수의 곤충이 살고 있는 곳이었으며 그중에는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사람을 독살시키는 마물들도 있었다. 뱀처럼 사람의 몸을 감는 지렁이 종류도 있었고 사람의 몸에 척척 붙는 거머리도 있었으며 수천 수만 마리가 한꺼번에 사람을 습격하는 나비나 나방도 있었고 유령처럼 그 모습이 보이지 않는 투명한 곤충도 있었다. 또한 나뭇잎이나 나뭇가지와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위장을 한 곤충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대부분이 독을 갖고 있었으며 그들에게 물리거나 쏘이면 사람도 목숨이 위험했다. 지네나 전갈들도 있었는데 그곳의 지네는 몸길이가 작은 뱀만 한 녀석들도 있었고 그들은 독뱀과 싸워 독뱀을 죽이기도 했으며 또한 그곳의 전갈은 원숭이나 개구리, 날짐승을 잡아먹기도 했다. 남미대륙의 팜파스의 위험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라오레사 영감은 그 동굴 안으로 함부로 들어가지 않았다. “혹시….” 영감의 생각이 옳았다. 그 낙엽 더미 안에서 오소리나 원숭이들의 뼈가 나왔다. 모두 팜파스의 위험을 모르고 설치던 동물들이 독살된 것이었다. 남미대륙 팜파스의 왕인 재규어도 그 예외가 될 수 없었다. 영감은 그곳에서 지네는 물론 재규어가 고통에 못 이겨 뒹굴고 있었던 흔적도 발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