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원포럼]중동의 화약고에 불은 던져졌다

김종도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부소장

필자는 지난 4일부터 9일까지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개최된 '제31차 국제 이슬람통합회의'에서 논문을 발표하고 돌아왔다. 아니러니하게도 필자가 이란에 있는 동안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지난 6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참석자 중 무슬림들은 필자에게 '트럼프의 결정은 미친 짓이며 이슬람을 저해하려는 음모'라고 열변을 토했다. 그리고 중동 각국의 뉴스는 온종일 '트럼프의 결정은 우리의 마지노선을 넘은 것이다. 이는 심각한 결과를 불러올 것이다. 중동의 평화정착을 깨는 행위다. 이는 국제협정을 위반 행위다'라고 비난하고 있다. 연일 무슬림들은 트럼프와 미국 규탄 시위를 벌이고 있으며 그 강도도 점점 거세지고 있다. 왜 무슬림들은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긴 것에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할까? 역사적 배경을 모르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면 무슬림들이 열받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있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이번 사태는 트럼프의 선언이 1947년 유엔이 예루살렘에 대해 특별한 지위를 부여해 '특별한 국제체제'로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국제법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전에도 이스라엘의 동맹국인 미국은 1995년 '예루살렘 대사관법'을 제정해 언젠가는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겠다는 것이었다. 클린턴, 조지 부시, 오바마 세 명의 전 대통령은 유예조항을 들어 대사관 이전 결정을 보류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조차도 올 6월께는 결정을 유예했었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번에 전격적으로 미 대사관 이전을 발표하면서 이슬람 사회를 격노케 했다. 히브리어로 '평화의 도시'라는 의미를 지닌 이곳은 수시로 테러가 일어나고 종교 분쟁이 그칠 줄 모르는 '피 흘림이 그칠 줄 모르는 도시'다. 예루살렘이 각광받는 이유는 이슬람교, 유대교, 기독교의 성지이기 때문이다. 솔로몬이 최초로 유대교 성전을 세운 곳이고 아브라함이 자신의 아들 이삭을 바친 바위가 있는 곳이다. 이슬람교에서는 이곳이 예언자 무함마드가 천사 가브리엘의 인도에 따라 승천한 곳이기도 하다.

이슬람 역상 초기 예배를 보던 방향, 즉 끼블라(Qibla) 역할을 했던 곳이 예루살렘이기도 하다. 이곳은 이런 연유로 세 종교의 성지가 됐다. 여기에는 기독교의 성묘교회, 솔로몬의 유대교의 성전 그리고 이슬람의 알 아끄사 모스크가 있다. 종교 간의 분쟁을 피하기 위해 유엔은 예루살렘을 어느 나라에도 귀속시키지 않았던 것이다. 이번 트럼프 결정에 대해 유대교의 랍비들은 '귀하는 성경의 예언들을 성취시키고 있다'라고 감사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랍비들은 현 상황이 2,300년 전의 구약 성경의 스가랴 선지자의 예언이 성취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에 무슬림들은 트럼프의 결정은 유대인들에 대한 증오심을 더욱 키웠으며 중동평화정책을 송두리째 말살했다고 말한다. 트럼프의 결정으로 중동은 불이 던져진 화약고가 됐다고 주장한다. 그 불이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확실한 것은 인류 모두가 신 앞에 모두 피조물로서 하나임을 자각해 더 이상 피 흘림이 없는 공존의 세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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