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감온도 35도 바람도 안통해
검체 채취하다 보면 정신혼미
시민들 응원 메시지 큰 힘이 돼
“폭염 속에서 레벨D 방역복과 겹겹이 장비를 착용한 채 3시간가량 검체 채취를 하면 진이 빠져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22일 오후 강릉시보건소에 근무하는 보건·간호직 직원들은 근무 중 목이 말라도 물 한 모금 마시기가 쉽지 않아 쓰러질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무더위에 피검사자들과 반복적인 대화를 나눠야 하기에 목은 타들어가지만 물을 마시려면 방역복과 마스크, 안면보호대를 모두 벗어야 하기 때문에 참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날 최고기온은 32도, 체감온도는 35도를 기록하는 등 폭염까지 더해져 시민들도 걱정 어린 눈빛으로 이들을 바라봤다.
그럼에도 이들은 불평과 불만을 늘어놓는 대신 긍정적인 생각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건강증진과에서 근무하는 박경옥 주무관은 “방역복을 입으면 에어컨과 선풍기의 효과가 잘 느껴지지 않지만 땡볕 무더위에서 시민들을 안내하는 공무원들을 생각하면서 버틴다”면서 “모두가 일상을 되찾기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만큼 방역 인력 역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역학조사팀은 자가격리나 검사대상 통보를 하다가 일부 시민에게 모욕적인 말을 듣기도 했다. 예기치 못한 자가격리로 생업에 지장이 생기거나 취업 면접 등 중요한 일정이 헝클어지자 애꿎은 역학조사관들을 화풀이 대상으로 삼는 시민이 적지 않다.
이에 시는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민원 응대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시청 담당급 직원들을 중심으로 지원 인력을 30여명 투입했다. 역학조사 지원 인력으로 투입된 김찬희 시민소통홍보관실 해외홍보담당은 “날벼락을 맞은 듯 허탈함, 상실감을 느끼는 분들의 고충을 잘 알고 있다”며 “정확하고 신속한 역학조사를 통해 4단계 상황을 조기에 극복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다짐했다.
이들의 노고에 감사의 뜻을 전하는 시민들의 온정도 잇따라 한 줄기 위안이 되고 있다. 22일 오전 9시께 익명의 시민이 의료진들과 공무원들에게 힘내라는 따뜻한 메시지와 함께 음료를 보내왔다. 지역의 유명 커피업체는 방역인력을 위해 드립백커피 1,200개를 시청에 전달하기도 했다.
김한근 강릉시장은 “코로나19 확산세 차단을 위해 시와 방역인력 모두가 피땀을 흘리고 있다”면서 “최대한 많은 시민께서 선별진료소를 찾아 검사를 받아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강릉=김도균기자 droplet@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