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운데 에어컨 온도를 더 낮춰주세요”. “무슨 얘기세요. 저는 추운데 온도를 높여 주실 수는 없나요.”
에어컨 온도를 둘러싼 갈등이 곳곳에서 빚어지고 있다.
강원도내 공공기관에서 인턴을 하고 있는 최혜린(22)씨는 책상 앞에 위치한 에어컨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에어컨 찬바람이 뼛속까지 파고드는 것 같지만 차마 에어컨을 꺼달라는 말을 하지 못해서다. 최씨는 “에어컨 찬바람 때문에 1시간에 한 번씩 건물 밖으로 나가고 있지만 넓은 사무실에 에어컨은 1대 뿐이라 눈치가 보여 끌 수도 없다. 에어컨 근처에서 일하는 동료들은 긴팔 옷을 입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자영업자들도 에어컨 온도 조절 요청에 시달리고 있다. 춘천 조양동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고명수(26)씨는 “에어컨 근처에 앉아 춥다며 온도를 높여달라는 요청을 하는 손님들로 난감하다”며 “어쩔 수 없이 에어컨 온도를 1도만 올리고 온도를 최대한 올리는 척 버튼을 더 누르는 시늉을 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대중교통 승객들의 민원도 잇따르고 있다. 경춘선 코레일 관계자에 따르면 매주 1~2회씩 에어컨 온도와 관련해 탑승객들의 민원이 접수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권장하고 있는 26~28도의 실내온도를 권장 사항이 아닌 기준으로 정해 지키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도 관계자는 “공용시설 같은 경우 정부의 실내 권장온도 지침에 따라 온도를 자율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며 “가정이나 사업장에서도 전력낭비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자가 탄력적으로 적정온도를 준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