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중요한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초·중·고 학생의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학교장이 교내 스마트기기 사용을 제한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이다. 그동안 스마트폰을 둘러싸고 학습권 침해, 디지털 중독 같은 혼란이 있었기에,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한 이번 입법은 환영할 만하다. 무엇보다 ‘학생을 스마트폰 과의존으로부터 보호하자’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실질적인 제도로 연결되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이 법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마법은 아니다. 하루 24시간 중 아이들이 학교에 머무르는 시간은 몇 시간에 불과하고, 나머지 삶의 대부분은 가정과 지역사회에서 이루어진다. 결국 아이들의 디지털 미디어 사용 습관과 태도를 형성하는 결정적 시점은 가정의 몫이다.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바란다면, 학교만큼이나 가정도 변해야 한다.
영유아기나 초등 저학년 시기에 일찍 스마트폰을 소지한 아이들 중에는 주의력 저하, 언어 발달 지연, 수면장애 등의 문제가 빈번하게 나타난다. 영상과 게임에 익숙해진 아이는 책 한 권을 집중해서 읽기 어려워하고, 단기 자극에만 반응하며 깊이 있는 사고나 감정 조절 능력은 점점 약화된다. 뇌 발달이 활발한 시기에 스마트폰이 일상의 중심이 되면, 인간관계마저 쉼 없이 울려대는 SNS 알림에 종속되기 일쑤다.
가정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분명하다. 아이가 스마트폰에 가능한 한 늦게 노출되도록 유예하고, 놀이와 대화, 독서와 자연, 친구들과의 관계로 일상을 채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꼭 필요할 때에도 일정한 규칙과 대화를 통해 스스로 조절하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이끄는 태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개별 가정의 결단만으로 이뤄지기 어렵다. “친구들 중에 나만 스마트폰이 없다”는 자녀의 말에 무너지지 않으려면, 사회 전체가 스마트폰 사용을 유예하고 절제할 수 있는 분위기와 문화를 함께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사회운동’이다.
이런 문제의식은 해외에서도 활발히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Wait Until 8th(8학년까지 기다리자)’ 캠페인은 학부모들이 자녀가 중학교 2학년이 될 때까지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겠다고 서약하며, 또래 압력을 줄이기 위한 집단적 실천을 이끌고 있다. “아이들이 기술보다 삶을 먼저 배우게 하자”는 이들의 모토는, 각 가정의 결단이 사회적 흐름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강원에서도 같은 또래 자녀를 둔 부모들끼리 “중학교 입학 전까지는 스마트폰 없이 지내자”는 약속을 나누고,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스마트폰 없는 방과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의 방식으로 공감대를 넓혀가길 바란다. 이런 흐름은 일방적인 단속이나 금지가 아니라, 지역사회와 학부모 커뮤니티에서 더 건강하고 다채로운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교육을 학교만의 과제로 남겨둘 것이 아니라, 가정과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하고 실천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