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청봉]제일강릉, 올림픽 후광 이을 자구책을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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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 강릉주재 부장

12년만에 강릉 근무를 해 보니 많은 달라진 풍경들이 눈에 들어왔다.

가장 큰 변화로 2018년 동계올림픽 빙상경기 개최에 따른 후광 효과를 꼽을 수 있겠다.

KTX가 연결돼 서울과의 접근성이 좋아졌고, 올림픽 선수단 및 미디어촌 아파트단지가 위치했던 유천지구에는 신도시가 생겼다.

강릉 도심 핫플레이스마다 젊은 관광객들이 긴 줄을 서 기다린다. 구석구석 시장 점포와 골목골목 맛집에 들어 찬 손님들을 보면 각종 매체와 검색의 위력을 실감한다. 지역 토지가격과 건물가격 상승은 덤이다.

관광객들은 빠른 시간에 강릉에 도착해 바다를 볼 수 있어 좋다고 하고, 열차표는 연일 매진이다. 해안가 관광지는 늘 주차난이다.

‘제일관광도시’ 강릉은 그렇게 변해 있었다.

하지만 뭔가 아쉽다.

강릉은 그동안 산 바다 호수에 문화역사적 가치까지 높은 천혜의 관광자원을 보유한 강점을 민간 투자 확대와 관광지 개발 등 관광 인프라 확충으로 이끌어 내지 못했다.

21일 강릉지역 해수욕장이 모두 폐장했다. 여름 해수욕장을 찾는 피서객은 여전히 많지만 7~8월 휴가철에는 장마나 태풍이 늘 변수이며, 기후변화에 따른 너울성파도·이안류 등 안전문제로 입수를 못하는 날도 고려해야 돼 기상 의존도가 너무 크다.

관광 외에 이렇다 할 대표 산업이 없음에도 관광 투자는 미진해 지역 인구는 2010년 무너진 22만명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말 기준 강릉시 인구는 21만 2,260명으로 10년전(21만7,700명)보다 5,440명 감소한 것이 현실이다.

‘제일강릉(第一江陵:강릉과 원주를 엮어 강원도라는 명칭이 만들어졌던 도내 제일도시) 위상을 떠올리는 것은 이제 식상한 멘트가 됐고, 강원 빅3인 춘천 원주의 인구 증가를 바라보며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난다.

강릉이 올림픽 개최라는 국가적 이벤트를 치르느라 지역만의 미래지향적 관광 투자를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했던 것은 아닌지 되짚어야 할 시점이다.

제주 부산 경주 등의 관광지를 경험했던 이들은 강릉의 숙박시설에서 실망하기 일쑤다. 올림픽 이후 몇몇 호텔이 확충됐다고는 하나 운영 면에서 미흡한 점이 많다. 관광지에 도착한 이용객들은 오후 늦게까지 체크인을 못해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도내 동해안 해수욕장 중 주차장과 편의시설을 제대로 갖춘 곳, 여행객이 감탄할 이벤트를 연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고속철도를 타고 와 맛집을 방문하고 해수욕장 백사장에 자리를 펴거나 카페에서 삼삼오오 머물다 돌아가는 당일치기 관광이 많아진 사이 주 관광 소비층인 중년이상이나 가족단위는 북적이지 않는 다른 시설로 발길을 돌린다. 골프 저변이 확대되는 가운데 기자가 직전 근무했던 홍천군에는 7개의 골프장이 운영되나 강릉은 여전히 10년 전 문을 연 골프장 2개소에 머물고 있으니 관광거점도시라는 말이 무색하다.

민선8기 강릉시정은 호텔·콘도 등 숙박시설을 비롯한 관광 인프라 확충 사업을 강도높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관광 인프라를 다양화, 고도화 해 유동 인구와 체류 시간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내년 출범하게 될 강원특별자치도에서 관광산업은 가장 중요한 핵심 분야이며, 부산-제진 동해안 고속철도 개통 이후를 미리 대비해야 한다.

동계올림픽 경기장이었던 강릉올림픽파크의 사후 활용 가치를 높이는 일, 올림픽 폐막과 함께 사라진 수많은 문화올림픽 유산들을 영구적으로 보존하는 작업도 숙제로 남아있다.

임기 초반 강릉국제영화제 폐지 등으로 결심한 것은 즉각 실천에 옮긴다는 인식을 심어 준 강릉시정이 올림픽의 후광을 이어갈 관광분야 자구책을 찾아 성과를 내는 것은 향후 시 정책의 성패를 좌우할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영재 강릉주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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