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터키)와 시리아에서 발생한 초대형 강진으로 7일(현지시간) 현재 전체 사망자가 8천명을 넘어 계속 늘어나고 있다.
구조 당국과 민간 구호단체 등은 영점을 오르내리는 추위와 악천후 속에 지진 발생 이틀째인 7일(현지시간) 밤에도 필사적인 생존자 수색과 구조를 이어 가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AFP통신에 따르면 전날 이 지역을 뒤흔든 규모 7.8과 7.5의 강진으로 튀르키예에서는 6천여명이 사망하고 3만4천명 이상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시리아에서는 최소 2천여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구조와 시신 수습 작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지금까지 확인된 사망자만 집계한 것이어서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튀르키예 당국에 따르면 서쪽으로는 아다나에서 동쪽으로는 디야바크르까지 약 450km, 북쪽으로는 말타야에서 남쪽으로는 하타이까지 약 300km에 걸쳐 약 1천35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또 파괴된 건물은 거의 6천 채에 이르렀다.
시리아 당국은 진앙으로부터 약 250km 떨어진 하마에서도 사망자들이 나왔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최악의 경우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2만명을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도 1만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니세프(UNICEF)는 수천 명의 어린이가 사망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지진 피해가 큰 10개 주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지진 발생 이후 두 번째 밤에 들어서면서 구조대가 가용한 자원을 총동원해 생존자를 찾기 위한 수색·구조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지진으로 도로가 파괴된데다가 폭설이 오는 등 악천후도 겹쳐 구조와 구호 작업이 늦어지고 있으며 추위로 생존자들의 '골든타임'이 단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진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려 숨진 딸의 손을 놓지 못한 채 망연자실 앉아 그 곁을 지키고 있는 아버지가 세계인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AFP 통신이 보도한 사진 속 아버지는 튀르키예 남동부 카라만마라슈에 사는 메수트 한제르씨는 무너져내린 아파트의 폐허 더미에 웅크리고 앉아 자신의 15세 딸 이르마크 한제르의 손을 꼭 붙잡고 있다.
통신에 따르면 지진 발생 당시 침대에 누워 있던 이르마크는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콘크리트, 창문, 벽돌 등 잔해에 깔려 숨졌다.
구조 당국과 시민 여러 명이 이르마크를 비롯한 잔해 속 희생자를 빼내려고 애썼다.
그러나 구조대가 들어올 도로가 파괴된 데다 악천후까지 덮쳐 생존자들은 잔해 속 가족을 두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사진 속 안타까운 부녀의 모습만큼 카라만마라슈의 고통을 잘 드러내는 건 없을 것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주민들은 당국의 대응이 늦고 부족하다고 분노와 절망을 표현하고 있다.
집이 붕괴하고 친척들이 실종 상태인 말타야 주민 무라트 알리나크는 로이터통신에 "여기에는 단 한 사람도 없다. 우리는 눈이 내리는데 집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라며 "나는 뭘 해야 하나?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라고 한탄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지금은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매분, 매시간이 지나면 살아 있는 생존자를 찾을 가능성이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캐서린 스몰우드 WHO 유럽지부 선임비상계획관은 "다음 주에 사망·부상자 수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며 사망자가 초기 통계보다 8배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악천후가 덮친 데다가 구호 인력마저 부족해 사상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튀르키예 재난관리국(AFAD)은 건물 최소 6천여 채가 무너져 현재까지 잔해 속에서 총 7천800여 명이 구조됐다고 전했다.
튀르키예 당국에 따르면 총 10개 지역에 구조대원 1만여 명이 파견돼 작업을 진행 중이며 일부 지역은 구조 작업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추가 붕괴 위험이 있는 건물 잔해에서 중장비를 사용해 생존자를 수색하고 구조하는 작업 자체에도 위험이 따르고 규모 4.0 이상 여진이 이미 100여 차례 발생한 만큼 또 여진이 일어날 우려도 있다.
또한 피해가 대규모로 발생한 데다 넓은 지역에 걸쳐 있어 인력과 물자가 부족한 실정이라고 현장의 구조대원들은 호소하고 있다.
영국 BBC는 "앞으로 24시간이 사실상 골든타임으로 생존자를 발견할 마지막 기회"라며 "48시간이 지나면 저체온증으로 사망자가 속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몰우드 선임비상계획관은 한겨울 추위와 계속해서 내리는 눈으로 생존자들이 피난처를 찾지 못하고 노숙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영국 BBC는 이번 지진으로 집을 잃은 튀르키예 주민들이 밤거리에 삼삼오오 모여 모닥불을 쬐며 추위를 견디고 있는 모습을 전했다.
무라트 쿠룸 튀르키예 도시화 장관은 "말로 표현할 길 없는 고통"이라며 일분일초가 소중하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지진에서도 100시간이 지나 구조된 사례가 있었다며 희망을 잃지 말 것을 당부했다.
할레드 보바티 시리아 아랍 적신월사 대표는 "많은 사람이 매몰돼 있으며, 남은 건물도 추가로 붕괴할 위험에 처했다"면서 "작업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포크레인, 구급차, 소방차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들 장비를 들여오고, 신속한 구호 활동을 위해 시리아에 대한 봉쇄와 제재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연쇄 강진이 덮친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대해 국제사회가 앞다퉈 지원 의사를 밝히고 구호 물품을 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단일규모로는 역대 최대인 118명으로 구성된 긴급구호대를 튀르키예 현지로 급파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리는 튀르키예와 시리아가 필요한 모든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며 각각 79명으로 구성된 2개의 수색·구조팀을 보냈다.
유럽연합(EU)도 12개국 이상의 회원국이 지원에 동참했다.
중국은 튀르키예에 1차로 4천만 위안(약 74억 원) 상당의 긴급 원조를 하기로 했다.
일본은 75명 규모의 구조대를 튀르키예에 파견할 예정이다.
에게해를 사이에 두고 튀르키예와 수십 년간 대립해 온 그리스도 구조인력 20여 명을 파견했다.
튀르키예의 반대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이 지연되고 있는 스웨덴과 핀란드 역시 지원에 동참하기로 했다.
튀르키예 재난관리국(AFAD)은 전 세계 65개국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