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전날 정부가 발표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을 두고 "국가의 자존심을 짓밟고 피해자의 상처를 두 번 헤집는 '계묘늑약'과 진배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표는 7일 국회에서 열린 당 평화·안보 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정부 배상안은 일본의 전쟁범죄에 면죄부를 주는 최악의 외교적 패착이자 국치"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지금도 가해자인 일본은 어떤 문제도 인정할 수 없다는 오만한 태도로 일관 중인데도, 정부는 새로운 사죄를 받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고 말한다"며 "대한민국 정부인지 의문이 간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굴욕적인 배상안을 포함해 윤석열 정권의 외교·안보 자해, 자충수에 대해 국민의 분노가 크다"며 "미·일이 훈련 후 동해를 일본해라고 표기해도 항의조차 제대로 못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북한의 도발 대비는 당연히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일본의 재무장을 무비판적으로 용인하고 미·일의 대중 공세 정책에 아바타를 자처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자칫 대한민국이 미·일 동맹의 하위 파트너, 즉 일본의 발밑으로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을 '공통의 가치를 공유하는 파트너'라고 규정한 것을 거론, "일본이 지금처럼 과거 침략 전쟁을 반성하지 않는다면 평화와 인권이라는 가치를 공유한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강제징용 배상 문제는 인류의 양심과 상식에 맞게 순리대로, 원칙대로 풀어야 한다"며 "정부는 굴욕적인 해법을 즉각 철회하고 피해자들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박진 외교부 장관은 전날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이 조성한 재원으로 판결금을 대신 변제하는 방안을 공식 발표했다.
박 장관은 "행안부 산하 재단이 강제징용 피해자·유족 지원 및 피해구제의 일환으로 2018년 대법원의 3건의 확정판결 원고분들께 판결금 및 지연이자를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재단은 현재 계류 중인 강제징용 관련 여타 소송이 원고 승소로 확정될 경우, 동 판결금 및 지연이자 역시 원고분들께 지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2018년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강제징용 피해자는 15명으로 이들에게 지급해야 할 판결금은 지연이자까지 약 40억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한 재원은 포스코를 비롯해 16개가량의 국내 청구권자금 수혜 기업의 자발적 기부를 통해 우선적으로 추진되고, 향후 재단의 목적사업과 관련한 가용 재원을 더욱 확충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강제징용 피해자 15명은 일본제철과 히로시마 미쓰비시 중공업, 나고야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등에서 일한 사람들이다.
반면 정부의 강제징용 피해자 변제 방안을 지켜본 피해당사자 양금덕 할머니는 "동냥처럼 주는 돈은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 할머니는 "잘못한 사람은 따로 있고 사죄할 사람도 따로 있는데 (3자 변제 방식으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며 "그렇게 해서는 사죄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돈을 받지 않아도 배고파서 죽지는 않을 것"이라며 "동냥해서 안 받으련다"고 말했다.
또 "노인들이라고 해서 너무 얕보지 말라"며 "반드시 사죄를 먼저 한 다음에 다른 모든 일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제징용 피해자를 지원해온 시민단체들은 제3자 변제 방식의 강제징용 피해배상 방안을 인정할 수 없다며 정부를 강하게 규탄했다.
정의기억연대, 민족문제연구소, 민주노총 등 611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이날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를 향한 사죄와 배상이 없다면 그 어떤 해법도 인정할 수 없다"며 정부에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