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기관 종사자 4명 중 3명이 직무에서 오는 만성 스트레스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최근 발간한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기관 종사자 소진(번아웃) 현황 분석 및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설문 대상자 74.4%가 지난 1년간 소진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경북여성정책개발원이 연구를 수행, 지난해 7~8월 강원도 종사자 47명을 포함한 전국 가정폭력·성폭력상담소, 해바라기센터, 여성긴급전화1366센터 등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기관 672곳 종사자 930명을 대상으로 직무에서 오는 만성 스트레스 반응인 ‘소진’을 겪은 적 있는지 온라인 설문을 통해 물은 결과다.
연구진이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기관 종사자 34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시행한 결과 △이용자 혹은 가해자의 직·간접적 폭력 △낮은 보상 수준 △위험에 노출된 열악한 업무환경 등이 소진 주원인으로 분석됐다. 종사자는 이용자의 외상 경험에 노출되기도 하고 이용자의 자살 시도 또는 가해자로부터의 위협 등 직접 폭력을 경험하기도 했다. 그러나 과중한 업무량에 비해 보상수준이 낮아 자신과 직무에 대한 부정적 평가로 이어졌다.

소속기관을 살펴보면, 성매매 피해자 지원시설 종사자 83.0%가 지난 1년간 소진을 겪었다고 답해 소진 경험 비율이 가장 높았다. 성매매 피해 상담소와 성폭력 보호시설 종사자의 소진 경험률도 각각 79.2%에 달해 성매매·성폭력 관련 기관 종사자의 소진 경험이 타 기관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민아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책임연구원은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기관 종사자 소진에 관한 정책적 기반은 마련되어 있으나 실질적 지원은 미비하다. 종사자의 선호도가 높은 쉼이 있는 힐링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종사자 법적 기준 개선을 통한 인력 보강과 급여와 관련된 종사자 처우개선에 노력 필요가 있다. 성매매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직무를 무가치하게 느끼게하는 경우도 있어 여성 폭력에 관한 사회적 인식개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