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800만원 전기세 못 버텨"…목욕비 올리는 목욕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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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목욕비 1년 새 7,333원→8,889원
춘천에서는 대인 1만원 책정한 업체도 등장
지난해 목욕탕 15곳 폐업 공공요금 인상 여파

◇23일 매표소 철거작업이 한창인 춘천시 칠전동의 한 폐업 목욕탕. 해당 목욕탕은 지난해 8월 문을 닫았다. 김현아 기자

공공요금 인상 여파로 강원도 내 대중목욕탕 평균 목욕비가 1년 새 20%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7,000원대 요금은 찾아보기 어렵고 9,000원대가 평균 수준이 됐다. 경영난에 문을 닫은 업소도 지난해에만 15곳에 달했다.

강릉 내곡동의 A목욕탕은 지난 달 1일부터 목욕비를 대인 8,000원에서 9,000원으로 1,000원 인상했다. 전기·가스 등 급격한 공공요금 인상에 운영비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600만원 선이었던 전기요금 납부액은 지난 달 800만원으로 올랐다. 상·하수도 요금도 310만원에서 370만원으로 높아졌다.

15년째 목욕탕을 운영 중인 이모(51)씨는 "이러다 여름철에는 1,000만원대 고지서를 보게 될까 두렵다"며 "코로나19 이후 손님 줄어든 와중에 공공요금까지 날로 오르니 개업한 이후 최악의 시기"라고 말했다.

춘천 석사동의 B목욕탕 역시 지난 달부터 대인, 소인 이용요금을 각각 1,000원씩 올렸다. 전기세와 가스비를 포함해 월 600만원이 넘는 고지서를 감당하기 어려워져서다.

사장 우미숙(60)씨는 "인건비라도 덜고자 매일 혼자 16시간씩 일하고 있다"며 "영업시간을 3시간 단축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푸념했다.

목욕비 상승 추세가 이어지며 춘천에서는 1만원 목욕탕도 등장했다. 춘천시 신북읍의 C목욕탕은 지난 2월20일부터 이용요금을 2,000원 인상, 대인 1만원, 소인 7,000원을 받고 있다. 심야요금은 1만2,000원이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달 도내 평균 목욕비는 전월 대비 222원 오른 8,889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7,333원)과 비교해 1,556원(21%) 오른 가격이다.

가격 인상 대신 폐업을 택하는 사업자도 늘고 있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목욕탕 15곳이 폐업했다. 2020년 9곳, 2021년 12곳에서 폐업 건수가 늘었다. 올해 들어서도 동해에서 1곳, 정선에서 1곳이 문을 닫았다.

이한경 한국목욕업중앙회 도지회 부지부장은 "목욕탕은 취약계층의 필수 생활시설이자 고령층의 여가공간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며 "더 이상의 목욕탕 폐업을 막기 위해 목욕 바우처 등 지자체 차원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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