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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홍천 출신 안원찬 시인, '낮술은 너무 슬퍼서' 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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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원찬 시인

안원찬 시인 作'낮술은 너무 슬퍼서'

도회지에서 밥벌이를 하다 고향으로 돌아온 지 10년, 그 관계를 복원하는 과정이 단단한 시어로 그려졌다.

홍천 출신 안원찬 시인이 다섯 번째 시집 ‘낮술은 너무 슬퍼서’를 상재했다. ‘시(詩)를 캐는 농부’로 불리는 그가 ‘인생 이모작’이라는 생애의 전형을 구체화시켜 눈길을 끈다.

총 4부 70여편의 작품을 담고 있다는 시집은 오래된 향수(鄕愁)를 달래 줄 봉화산 자락, 헌 집을 고쳐 ‘옥류산방’이라는 겸손한 당호를 붙인 그의 시선을 고스란히 읽을 수 있다.

오로지 치유가 필요한 시인의 몸은 타인 혹은 사물의 고통에도 뜨겁게 반응하고, 끊어졌던 고향과의 태(胎)를 반복해서 잇댄다. 이에 ‘이주’ ‘귀향’ ‘경계’ 등 행위의 일반성을 규정하는 개념들 또한 겉으로 보이는 형태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모습을 비춘다. 개미에게 살충제를 놓으며 떠올리는 ‘월남전 참전 용사 K’도 마찬가지다.

표제작 ‘낮술은 너무 슬퍼서’는 가장 그 형태를 뚜렷하게 꺼내올린다. 안 시인은 고통에 놓인 타자이자 이웃이면서 동시에 우리이기도 했던 존재에게 깊은 이해를 던진다. 독자들은 끝내 ‘봄과 봄의 반 뼘 사이에서’ 시작과 수행을 엎고 뒤채는 움직임을 눈치채게 된다. 아직 봄은 아니지만, 이미 겨울은 확실하게 지나온 그 ‘문턱’ 가운데 화엄(華嚴)을 던지는 순간, 불교적 수행을 통해 경계와 통로, 양가성을 함축해내는 그의 세계가 오롯이 펼쳐진다.

안원찬 시인은 “내게 시를 쓰는 행위는 제 몸을 입지 못한 소리들을 복원하는 일”이라며 “오염되고 상처받고 부서진 소리들을 위해 나는 매일매일 출구를 닦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홍천에서 태어나 홍천농고와 한신대 문예창작대학원을 졸업했다. 2004년 시집 ‘지금 그곳은 정전이 아니다’를 발간하며 작품활동을 시작, 2006년 ‘오늘의문학’ 신인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으로는 ‘가슴에 이 가슴에’ ‘귀가 운다’ ‘거룩한 행자’ 등이 있다. 현재 홍천문인협회장, 홍천문화원 부설 홍천학연구소 연구위원, 한서장학회 이사 등으로 활동 중이다. 시인동네 刊. 122쪽.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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