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추석 앞둔 임금체불 악순환, 특단 대책 세워야

8월까지 도내 290억여원, 작년보다 86억 많아
체불 업자 3,000만원 이하 벌금 등 처벌 낮아
악덕 사업주 가정 파괴하는 범죄로 다스릴 때

추석 명절을 앞둔 임금체불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고용노동부 강원지청에 따르면 올 8월 말까지 도내에서 발생한 체불임금 규모는 290억9,680만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발생했던 체불임금 204억원보다 86억원 많은 금액이다. 체불임금에 시달린 근로자 또한 4,809명으로 전년보다 775명이 증가했다. 여기에다 기업은 부도, 서민들은 이자조차 내기 빠듯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 안타깝다. 도내 예금은행 기업대출 연체율은 2022년 6월 0.11%에서 올 6월 0.29%로 3배 가까이 뛰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연체율도 0.1%에서 0.17%로 0.07%포인트 늘었다.

임금체불은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극성을 부리는 사회악이다. 선진국의 경우 대개 임금체불이 쌓이기 전에 법적 조치가 이뤄진다. 기업·산업 간 이동도 비교적 자유로워 임금체불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직장을 옮기거나 밀린 임금을 받기가 쉽지 않다. 사회안전망도 부족하다. 이런 점을 악용해 고의·상습적으로 임금 지급을 미루거나 떼먹는 악덕 기업주가 부지기수다. 특히 피해자 대부분이 중소기업 근로자나 여성, 외국인, 청소년 등 사회 취약계층이란 점에서 임금체불의 피해는 더 심각하다.

임금체불이 근절되지 않는 데는 솜방망이 처벌 탓이 크다. 현행법상 임금체불 사업주에게 가해지는 제재인 ‘고의적 또는 상습적인 체불 사업주에 대한 구속 수사 및 명단 공개’나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등은 임금체불 방지를 위해서는 터무니없이 약한 수준이다. 실제 구속 사례도 드물 뿐만 아니라 벌금도 적게 부여되는 만큼 더 강력한 징벌적 제재가 필요하다. 임금체불로 인해 노동자와 가족들이 겪게 되는 고통에 대한 책임이나 배상이 전무하다는 점도 큰 문제다. 근로자에게 임금은 자신과 딸린 식솔의 생계를 이어갈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임금체불은 한 개인, 나아가 한 가정을 파괴하는 중범죄인 것이다. 즉, 임금체불은 형법상 절도보다 더 죄질이 안 좋은 사회적 범죄다.

절도는 단지 돈과 물건을 훔칠 뿐이지만 임금체불은 돈과 노동자의 피땀을 도둑질하는 것도 모자라 가정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KTX에 부정 승차하면 최고 30배의 부과금을 내고, 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을 내지 않으면 10배의 가산금을 무는 상황이다. 최소한 임금체불에 대해서도 두세 배 정도의 부과금 등 불이익이 가해져야 고질적인 문제가 해소된다. 이제 우리 사회가 ‘열정 페이’ 같은 임금 후려치기가 성행하고 ‘배 째라’형 악덕 사업주가 활개 치는 세상이 돼서는 곤란하다.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 그동안 정부는 고의적이고 상습적인 임금체불 사업주를 무조건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임금을 받지 못하고 우울한 추석 명절을 맞는 근로자는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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