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물가 치솟는데 쌀값만 하락, 근본 대책 시급하다

전국 벼 수매가의 잣대로 활용되는 철원군의 벼 수매가격이 3년 만에 2,000원대 이하로 책정됐다. 쌀값 하락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철원농협은 지난 19일 열린 이사회 직후 올해 벼 수매가를 2022년 1㎏당 2,040원보다 190원 낮은 1,850원으로 결정했다. 철원지역 벼 수매가가 2,000원 밑으로 떨어진 건 2020년 이후 3년 만이다. 조합 측은 누적적자 심화에 따른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쌀 생산농가들은 영농비 상승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통보라고 반발하고 있다. 또 수매가 인하에 반대했던 이사들은 조합 측이 직권으로 수매가를 내린 것에 항의하며 6명의 이사 중 3명이 사퇴 의사를 밝혔다. 철원농협 내부 조직인 청년부 역시 21일 오전 철원농협 미곡처리장을 찾아 조합 측의 수매가 인하 결정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모든 물가가 치솟고 있는데 쌀값만 하락세다. 농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 심각한 문제는 유류, 비료가격 등 농사 생산 비용이 크게 뛰었는데도 불구하고 쌀값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쌀 생산 비용과 모든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쌀값만 내리는 상황에 본격적인 벼 수확을 앞두고 있는 농민들의 한숨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농민들이 한목소리로 정부가 쌀값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줄 것을 촉구하는 배경이다. 정부가 손써야 할 정도로 농민들의 상황은 절박하다. 지속되는 쌀값 하락은 잘못된 정책과 운영에 기인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연례 행사처럼 매번 이맘때면 발생하는 쌀값 하락을 막을 근본적인 안정화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쌀값 하락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쌀 가격 하락은 농가 소득 감소로 이어진다. 정치권, 지방자치단체와 소비자를 대상으로 쌀 소비 운동을 유도할 필요가 있지만 쌀 소비 운동 정도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국제적으로는 곡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생육상태가 불안정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귀중한 식량인 쌀 문제를 엄중하게 인식해야 한다.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국내 쌀 산업은 수요와 공급에 따른 시장 경제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적정 가격을 정부와 농협이 함께 찾아줘야 한다. 지역 농협과 농민들에게 떠넘길 게 아니라는 것이다. 쌀값 결정은 생산자인 농민이 하는 것이 아니라 유통업자인 RPC가 하는 게 사실이다. 소비자가 부담을 느낄 정도로 쌀값이 폭등하는 건 농가들도 원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2016년처럼 쌀값이 개 사료 값보다 못한 상황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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