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부처들이 정책을 내놓을 때 자주 쓰는 말이 있다. ‘제도 개선’, ‘규제 개혁’이다. 그 많은 개선과 개혁은 얼마나 효과를 발휘했을까. 실패한 정책도 많은데 그 이유는 뭘까. ▼정부가 국민을 위해 정책을 집행하고 이를 통해 국민을 만족시키며 복리(福利)를 높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시민의 참여 의식과 사고의 다양성이 확대되고 있기에 정책을 둘러싼 이해 갈등을 조정하려는 노력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도 커졌다. 또한 정책이 집행되는 과정에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정책 집행 과정 그 너머를 살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선한 선택처럼 보이던 정부 정책이 시간이 흘러 명백한 실수로 드러나거나, 오판한 것으로 확인되는 일이 흔하다. 지난 정부의 무모한 탈원전 정책 탓에 붕괴됐던 원전산업은 정권 교체로 그나마 기사회생의 기회를 맞았다. ▼정책의 성공과 실패에 대한 판단도 시선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1973년 완공됐다. 당시 오페라하우스는 예정 공사기간이 10년 이상 초과했고, 공사비도 원래 금액보다 20배나 증가했기 때문에 실패한 사업이라고 비난받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고 호주의 상징적인 건물이 됐다. 실패한 정책이 성공한 정책이 된 것이다. ▼정부가 식당이나 카페에서 일회용 종이컵 사용을 금지하는 정책을 사실상 철회했다. 플라스틱 빨대나 편의점의 비닐봉지 사용을 단속하려던 계획도 무기한 유예했다. 2022년 11월 24일부터 식당이나 카페 등에서 일회용 종이컵·플라스틱 빨대 등의 사용을 제한하면서 1년간 계도 기간을 뒀으나 시효 만료를 앞두고 없던 일로 한 것이다. 정부는 “규제와 강제만으로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 고물가, 고금리 상황에서 소상공인 부담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정책이 4년 전 윤곽을 드러낸 점을 고려하면 정책 집행부서로서 염치없는 변명이 아닐까. 내년 4월 총선을 고려해 소상공인 표심을 얻기 위한 조처라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