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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내년 4·10 총선 공천룰, 당원 눈높이에서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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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쇄신 통한 필승 전략 마련 분주
그동안 상향식 공천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일차적으로 정당 주인인 당원 의견 수렴부터

민주 사회에서 선거는 유권자의 마음을 얻기 위한 정당의 경쟁이다. 정당이 공천 개혁을 내세워 유능한 인재를 영입하고, 앞세우는 것도 정책보다 더 표심에 호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여야의 총선 공천은 “이런 공천을 본 적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민적 실망을 안겼다. 패권주의와 일방주의가 횡행한 반면 상식과 합리성, 공정성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정당 민주주의의 요원한 현실만 거듭 확인했을 따름이다. 애초에 당원에게 공천권을 돌려준다는 상향식 공천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채 뚜렷한 명분도, 합리적 잣대도 없이 추진돼 결국 공천은 정치보복과 줄 세우기였다.

정치적 소수자나 전문가 중심으로 이뤄져야 할 비례대표 공천마저도 품위와 동떨어진 인사가 버젓이 당선권에 배정됐다가 뒤늦게 보류되는 등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 정당들이 공천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은 한국 정치의 부끄러운 민낯 그 자체였다. 국민이 예비후보자 등록을 한 달여 남긴 상황에서 정치권이 내년 4·10 총선 승리를 위한 밑그림 작업에 착수한 것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즉, 쇄신을 통한 필승 전략과 함께 공천룰 논의에 시동을 걸었기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는 내년 총선 승리 전략으로 당내 통합과 희생을 강조하며 연일 다선 의원들을 겨냥한 ‘용퇴론’을 띄우고 있다. 대통령과 가까운 주류 의원들의 정치적 결단을 통해 국민들에게 ‘희생’의 모습을 보여주고, 새로운 인물에게 길을 터줘야 한다는 게 명분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인적 쇄신’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최근 출범한 민주당 총선기획단은 앞서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제안했던 ‘현역 의원의 평가 하위 감산 대상 확대’ 등을 포함한 총선룰 변경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었다. 현역 의원에 대한 평가를 강화할 경우 ‘물갈이’ 폭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번 여야의 공천룰은 당원들 눈높이에 맞게 이뤄져야 한다.

그간 여야 정당들이 공천 때마다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은 당의 근간이 취약하기 때문이었다. 당의 뿌리가 돼야 할 당원이나 열성 지지자들은 공천과 같은 당의 중요한 결정 과정에서 철저하게 배제돼 있고, 그 자리에는 당 엘리트와 연계된 외부 인사들이나 신뢰할 수 없는 여론조사가 대신하고 있었다. 우리 정치의 이와 같은 천박함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기본으로 돌아가는 길’밖에 없다. 정당의 주인은 국민도 아니고 정치 엘리트도 아니다. 정당의 주인은 그 정당을 구성하는 당원과 열성 지지자들이다.

어설프게 남의 나라 흉내 내어 망친 정당 조직을 복원하고 당의 공천과 선거운동 과정에 이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진정한 상향식 공천은 여론조사가 아니라 당의 주인이 직접 참여해 결정하는 방식이다. 선거 때마다 주인은 버림받고 객(客)이 와서 주인 행세하는 방식은 정말 이번이 마지막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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