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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인재 영입 전쟁’

나라를 통치하는 일을 담당할 뛰어난 인재(人材)들을 찾는 노력은 예나 지금이나 늘 절박하고 긴요하다. 조선 시대엔 조정에서 고위 관료들로 하여금 인재들을 추천하게 하고 그 결과에 대해 동반 책임을 지는 ‘연좌제(緣坐制)’적인 제도가 있었다. 오랜 세월 굳게 정착된 관행인 그 제도의 굴레에서 임금까지도 자유롭지 못했다. ▼선조는 평소 인재 추천을 잘못한 신하들의 죄를 매우 엄격하게 다뤘다. 그런데 임진왜란 시기에 자신도 그 관행에 걸리게 됐다.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과 원균의 지지파로 조정이 둘로 갈라져서 싸울 때 그는 단호하게 원균 측에 섰다. 그 연장선상에서 이순신을 체포해 서울로 압송한 뒤 억지 죄목을 만들어 내어 죽이려고까지 들었다. 그러나 원균이 신임 삼도수군통제사가 된 지 몇 달 안 돼 참혹하게 패하면서 삼도 수군을 모두 무너뜨리고 통제사 자신도 죽은 미증유의 참변이 일어났다. 경악한 그는 이순신을 다시 통제사에 임명해 사태를 수습했다. ▼천하가 다스려지지 않는 것은 백성이 곤궁한 데서 연유하고, 백성이 곤궁한 것은 관리들이 직분을 다하지 않은 데서 연유하고, 관리들이 직분을 다하지 않은 것은 윗사람이 어진 이를 구하지 않은 데서 연유한다. 임금 된 사람치고 누가 어진 이를 얻어 일을 맡기려고 하지 않겠는가? (중략) 사람들이 늘 어질고 능력 있는 이를 얻기 어렵다고 걱정하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조선 영조 때의 실학자인 이익(李瀷·1681~1763년)은 성호사설에서 ‘인재 추천’에 관한 논의를 위와 같이 폈던 것이다. 옛사람들이 인재 추천에 연좌제를 시행한 정책의 이면은 ‘통치의 요체’를 찾기 위해 힘썼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중요한 증거다. 정치란 그토록 엄혹한 것이다. ▼여야가 내년 4·10 총선을 앞두고 인재 영입 작업에 착수했다. 국민의힘은 인재 영입 위원 5명의 인선안을 의결했고, 더불어민주당도 인재 발굴을 담당할 인재위원회 가동을 시작했다. 왕조 시대의 인재 추천 제도가 지녔던 연좌제의 날카로운 정신을 늘 기억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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