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 선거구 획정이 아직도 캄캄하다. 이는 국민의 참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예비후보 등록은 이미 지난달 12일부터 시작됐다. 정치권에서는 당초 이달 말 선거구 획정에 대한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국회의원 선거구 문제를 다루는 정개특위 일정대로면 2월 말 혹은 3월 초에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42일 전 획정된 20대 총선, 39일 전 획정된 21대 총선보다 늦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선거 1년 전까지 선거구를 획정해야 하는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무려 9개월이나 지체된 셈이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그 피해자는 다름 아닌 정치 신인들과 국민이다. 정치 신인들은 기존 정치인들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하게 된다. 즉, 태생적으로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고 만다. 현역 의원들은 정치 신인들보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아 선거구가 갑자기 바뀐다 하더라도 도전자에 비해 유리하다. 또 현역 의원들은 의정보고회 등을 통해 주민 접촉을 늘려 나갈 수 있지만 정치 신인들은 그럴 계기마저 없다. 선거구 획정 지연은 새로운 정치 세력의 진입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그래서 나온다. 이는 정치 불신으로 이어진다.
여야는 조속히 지역의 생활권, 문화, 정서를 바탕으로 22대 총선 선거구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 인구수를 절대 기준으로 적용하는 현 선거구 획정 방식으로 강원특별자치도 선거구는 1996년 제15대에서부터 24년 동안 다섯 번 변했다. 특히 15대 당시 춘천, 원주, 강릉이 각각 갑·을로 구분돼 전체가 13석이었지만 2000년 16대 선거에서 9석으로 줄면서 큰 변화가 일었다. 일부 군 단위 지자체는 선거 때마다 이곳저곳 붙여지며 ‘대의 정치’ 의미가 사라졌다. 인제군은 15·16대에 속초-고성-양양과 붙어 있다가 17대에 철원-화천-양구와 묶이더니 21대에서는 다시 속초-인제-고성-양양으로 돌아왔다. 태백-정선은 17~20대까지 영월-평창과 묶여 있었지만 21대 총선에서는 동해-삼척과 붙었다. 홍천-횡성도 마찬가지다. 15대부터 19대까지 20년 동안 하나의 선거구였으나 지난 선거에서 각각 ‘홍천-철원-화천-양구-인제’, ‘태백-횡성-영월-평창-정선’으로 찢어지더니 21대 선거에선 홍천-횡성-영월-평창으로 재편성됐다. 18개 시·군은 국회의원 선거 때마다 지역 정서와 생활권을 무시당하며 여기저기 쪼개지고 붙여지는 수모를 당했다. 각 당의 공천 갈등이 불거지면 선거구 획정 논의는 뒷전으로 밀리게 된다. 하지만 선거구가 졸속으로 정해지는 것은 현장에서 뛰고 있는 후보자는 물론이고 한 표를 행사할 유권자들을 헷갈리게 하는 횡포가 아닐 수 없다. 선거구 획정은 사안마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데다 파장이 커 단칼에 무 자르듯 해결될 수 없다. 이러다간 더 왜곡된 선거구로 선거를 치러야 할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