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원포럼]기억하겠습니다 ‘4·4 고성산불’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함명준 고성군수

고성은 따뜻한 해양성 기후로 내륙에 비해 봄이 일찍 찾아온다. 하지만 고성군민들은 4월이 오면 산불 걱정으로 불안하고 긴장된 나날을 보내게 된다. 봄철 이동성 고기압에 의해 영서에서 영동으로 부는 국지풍의 한 종류인 양간지풍(襄杆之風)은‘강원도 영동지방의 양양과 간성 사이에서 부는 바람’이라는 의미로 통용되고 있으며, 순간 풍속 15㎧ 이상의 강풍(최대 46㎧ 관측)으로 매년 4월부터 5월 사이 고성군을 포함한 영동 북부지역에 어김없이 나타나 주민들을 불안하게 한다.

5년 전 4월에도 그랬다. 2019년 4월4일 오후 7시17분 토성면 원암저수지 인근 전신주 개폐기 내 전선 스파크 불씨로 시작된 고성산불은 일몰 후 건조한 날씨(습도 19%) 속에 순간 최대풍속 32㎧의 남서풍을 타고 도심지를 향해 빠르게 확산됐고, 발화 5시간 만인 4월5일 0시21분 발화지점에서부터 7.5㎞를 이동해 동해안 해안선까지 확산됐으며, 강풍을 타고 야간에도 화세가 계속됐으며, 새벽 진화 헬기가 집중 투입된 4월5일 오전 8시15분에서야 주불이 진화됨으로써 추가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

진화인력 1만6,742명, 진화장비(소방차 등) 1,028대가 동원돼 산불을 진화했지만 산불 발생 13시간여 만에 이재민 506세대 1,190명(사망 1명), 주택 486동, 산림 936.14㏊, 재산 피해 610억원이라는 엄청난 피해로 발생 이틀 만인 4월6일 국가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돼 2000년 고성산불 이후 최대 규모의 피해가 발생한 산불로 기록됐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던 역사를 다시 기록했다. 망연자실해 있던 주민들을 위해 전국에서 출동한 소방차의 행렬과 소방관·산불진화대원의 목숨을 건 사투 및 헌신적인 노력과 함께 고사리손으로 쓴 어린이 편지를 비롯, 각계각층의 국민이 보내주신 온정과 성원 덕분에 이재민을 비롯한 고성군민은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용기로 무장하고 슬픔과 아픔을 넘어 희망과 행복이 있는 일상을 되찾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화마의 상처는 아직 곳곳에 조금씩 남아 있지만 신록이 아름다운 5월을 다시 맞이했다.

그리고 오는 17일은 아주 특별한 행사를 하려고 한다. 2019년 4월4일 고성산불 5주기를 맞아 당시 산불 진화, 이재민 구호, 복구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성의 재건을 위해 헌신해 주신 대한민국의 고성산불 영웅들을 모시고 고마움을 전하는 ‘고성산불 메모리얼데이’를 개최한다.

영웅들의 봉사와 헌신이 ‘4·4 고성산불’이라는 화마의 상처를 어떻게 떨치고 고성군 본연의 아름다운 신록의 5월을 회복했는지 함께 이야기하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지면이지만 고성군을 구하신 영웅들께 감사의 인사 드립니다.”

재난은 늘 예고 없이 찾아온다. 경각심을 가지고 미리 준비하고 대응체계를 갖춰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음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배웠다. 우리 군에서는 4·4 고성산불 이후 ‘주민참여형 산불 없는 고성만들기’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마을자치지원대 구성, 산림인접마을 비상소화장치 설치, 인근 시·군 공동협력 협약 체결, 산불 안전공간 조성사업 등 군민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 돼 노력하고 있다. 생활 속에서 산불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산불 예방에 참여할 때 소중한 인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음을 명심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함명준 고성군수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파리올림픽